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화이자(Pfizer)는 연골무형성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위스 테라콘(Therachon)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테라콘은 화이자로부터 3억400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았으며, 개발, 상업화 마일스톤에 따라 4억7000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왜소증 환자의 약 70%로 알려진 연골무형성증은 전 세계에 25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골무형성증의 발병빈도는 신생아 2만명 중 1명으로 알려졌다. 연골무형성증은 상염색체에 생긴 돌연변이가 우성형질로 유전되며, 성장저해증상만이 아니라 심각한 심혈관, 신경, 대사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현재 왜소증 환자는 성장호르몬 요법으로 치료받고 있는데, 성장호르몬이 결핍되지 않은 경우라면 성장저해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골, 뇌, 장, 신장 세포에 있는 FGFR3는 FGF와 결합할 때 이합체를 형성하여 MAPK/ERK 경로(Ras-Raf-MEK-ERK pathway)를 촉진한다. FGFR3 유전자(4p16.3)에 G380R 과오돌연변이(Missense mutation)가 생기면 FGFR3 이합체 간에 수소결합이 생긴다. FGFR3의 이합체 상태가 유지되면, 적은 양의 FGF로도 FGFR3 신호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연골무형성증이 발생한다.
연골무형성증 시장에 먼저 뛰어든 미국 바이오마린(BioMarin)은 FGFR3 신호 경로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Vosoritide’가 NPR-B(Natriuretic Peptide Receptor-B)에 결합하면 cGMP를 생성하여 PKG-II(Protein Kinase G-II)를 활성화한다. PKG-II는 FGFR3 신호 경로의 Raf-1 활성을 억제하여 치료 효과를 낸다. 바이오마린은 연골무형성증 아동 대상 임상 2상(NCT02055157)에서 ‘Vosoritide’ 15μg/kg/daily 투여 그룹의 뼈 성장률이 4.0cm/year에서 6.1cm/year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부작용은 Grade 1의 두통, 저혈압, 허리통증, 기침만 발견됐다. 현재 바이오마린은 ‘Vosoritide’ 임상 3상(NCT03197766, NCT03424018)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마린이 세포 내 기전을 활용하여 FGFR3 신호 경로를 억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테라콘은 FGFR3의 활성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FGFR3 재조합 단백질인 ‘TA-46’은 디코이(Decoy) 약물로 작용하여 FGF에 결합한다. FGF와 결합한 FGFR3 수가 감소하면서, FGFR3의 과도한 활성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G380R 과오돌연변이를 가진 동물실험모델에서 ‘TA-46’ 투여 그룹은 몸통 크기, 꼬리 길이, 뼈 길이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TA-46’은 2017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기구(EMA)로부터 희귀의약품(Orphan Drug)으로 지정된 바 있다.
테라콘은 ‘TA-46’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1상을 최근 완료했으며, ‘TA-46’ 임상 2상(NCT03794609)에 참여할 10세 이하의 연골무형성증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