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머크(Merck)의 항생제 ‘저박사(Zerbaxa)’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증의 위험은 줄이며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임상3상(ASPECT-NP, NCT02070757) 결과를 근거로 적응증을 추가했다.
머크(Merck)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했던 항생제 ‘저박사’의 적응증 추가를 승인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머크는 저박사 감수성을 확인한 18세 이상 박테리아 감염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사용해야 하며, 베타-락탐(β-lactam)계열에 알러지를 가진 환자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2월 최초의 복잡성 복강 내 감염(cIAI, complicated Intra-abdominal Infection), 복잡성 요로 감염증(cUTI, complicated Urinary Tract Infection) 항생제로 FDA로부터 승인받았던 저박사는 이번 적응증 추가로 원내감염 박테리아성 폐렴(HABP, Hospital-acquired Bacterial Pneumonia), 인공호흡기 관련 박테리아성 폐렴(VABP, Ventilator-associated Bacterial Pneumonia)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매년 200만명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중증 감염을 겪으며, 그중에 약 2만3000명이 사망한다. 저박사가 적응증 추가 승인을 받은 HABP, VABP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발생빈도가 높은 감염 질환이다. HABP, VABP에 사용하던 기존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막아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베타-락탐계열 ‘메로페넴(Meropenem)’이다. 메로페넴은 알러지 반응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발작(Seizure) 증상을 유발하기도 하며, 다제내성(Multidrug resistance)을 가진 박테리아를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있다.
메로페넴과 동일 계열 항생제인 저박사는 세프톨로잔(Ceftolozane), 타조박탐(Tazobactam) 병용제다. 세프톨로잔, 타조박탐 모두 메로페넴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저해하지만, 메로페넴과 달리 표적 박테리아에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가 HABP/VABP 환자 7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SPECT-NP 연구는 저박사 3g(세프톨로잔 2g, 타조박탐 1g) 투여군과 기존 항생제 메로페넴 1g을 투여한 대조군을 비교했다. 각각의 항생제는 8~14일간 정맥주사로 8시간마다 투여했다. 주요 종결점으로 28일차의 사망률, 7~14일차의 치료율을 설정했다.
임상 결과, 저박사 투여군의 사망률은 24.0%, 메로페넴 대조군은 25.3%였으며, 치료율은 저박사 투여군 54.4%, 메로페넴 대조군 53.3%로 확인됐다. 저박사의 부작용으로 간 기능 척도인 아미노기 전이효소 증가 11.9%, 신장 손상/부전 8.9%, 설사 6.4%, 두개내출혈 4.4%, 구토 3.3%,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lostridium difficile)성 장염 2.8%가 나타났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성 감염증은 전신 항생제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부작용이다.
저박사의 HABP, VABP 대상 균주는 그람음성균(Gram-negative microorganisms)인 엔테로박터 클로아카(Enterobacter cloacae), 대장균(Escherichia coli),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aemophilus influenzae), 클레브시엘라 옥시토카(Klebsiella oxytoca),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 프로튜스 미라빌리스(Proteus mirabilis),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다.
에이미 애버네시(Amy Abernathy) FDA 수석 부국장은 “항생제 내성 감염증은 공중보건기관이 직면한 핵심 문제”라며, “항생제 내성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요법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