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바이오생태계는 2016년을 시작으로 제 2의 벤처붐을 일으키며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 3년간 바이오벤처 창업과 투자, IPO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들고 와 바이오생태계를 풍성하게 했다.
먼저 국내 바이오벤처 창업은 지난 3년여간 1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집계한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신규창업 바이오중소벤처기업은 440여곳, 2017년은 300여곳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올해 창업 열풍이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예측이 가능하다. 이 중 절반가량이 신약, 진단기업이다.
이는 1차 바이오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288곳)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2000년 당시와는 양과 질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 국내외 벤처, 제약사에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아이템으로 창업하기 시작했다"면서 "본인의 연구 성과물로 창업하던 2000년 벤처붐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민간주도형 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의 확장, 바이오 엑셀러레이터, 컴퍼니빌더 등의 등장으로 창업과 투자유치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바이오투자 붐도 바이오창업 열풍 이상이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바이오의료분야 신규투자액은 1조9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바이오투자는 2016년 4686억원, 2017년 3788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8년 8417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4월까지 투자액도 251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을 제외하고는 바이오의료분야 투자가 전체 분야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바이오스펙테이터 자체 조사 결과로는 2018년에만 바이오기업에 투자된 자금이 2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신기술금융사, 사모펀드 등 투자액까지 집계한 것이다. 올해 5월까지 자체 집계한 바이오투자 규모도 1조2000억원으로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벤처캐피탈, 자산운용사 등 다수의 투자기관이 비상장 바이오투자가 확산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 3년간 바이오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러시가 이어졌다. 특히 2018년은 16개 기업이 기술특례, 1개 기업이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입성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다소 주춤해 지난 5월말 현재 5곳만이 상장했지만 하반기 상장 도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오기업은 상장까지 오래 걸린다는 상식도 무너졌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의 IPO 기간은 평균 15.6년으로 벤처 평균(11.9년) 보다 4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BL바이오(2016년), 유틸렉스(2015년)는 각각 창업 3, 4년만인 작년 연말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상장모델을 제시했다. 바이오스펙테이터가 문을 연 2016년 창업한 티움바이오는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 RIPCO(Research Intensive Pharmaceutical Company) 다양한 모델의 바이오기업들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투자 유치, 신약 개발 문법을 깨뜨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한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깊어졌다. 바이오투자 붐이 일면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의 글로벌 3상 파이프라인 개발이 지연되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허가취소 여파 등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은 현장에서 인력 부족, 인프라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한 규제, 그리고 상장 외에는 불분명한 엑싯(Exit) 모델, 유망 파이프라인 부족 등도 불안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투자 호황 등에 힘입어 성장해 왔지만 곧 성과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시험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 "바이오 붐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연구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