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바이오젠(Biogen)은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 ‘스핀라자(Spinraza, 성분명 Nusinersen)’의 60개월 장기 임상2상(NURTURE, NCT02386553) 중간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현재 진행중이며 이번 중간결과는 45.1개월 시점의 결과다. 임상에 참여한 모든 영아는 호흡기 부착없이 호흡하고 있으며, 이중 88%는 독립 보행이 가능해 SMA 증상이 나타나기전 영아에 대한 '스핀라자' 투여가 유효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MN(Survival Motor Neuron)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는 운동신경의 생존에 관여하는 SMN 단백질을 발현하지 못한다. SMN 단백질의 감소로 운동신경이 퇴화하며, 근육이 신경 자극을 받지 못해 위축된다. 증상이 나타난 영아는 근육의 위축으로 운동기능을 상실해 홀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생후 2년 안에 호흡근까지 기능할 수 없게 돼 호흡부전으로 사망한다.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ASO) 치료제인 스핀라자는 SMN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긴 종결코돈이 단백질 발현과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막는다. 스핀라자의 투여로 SMN 단백질 발현량이 증가하면, 운동신경의 퇴화를 늦춰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바이오젠은 스핀라자의 안전성과 장기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약 60개월(1820일)의 NURTURE 연구를 진행 중이다. NURTURE 연구는 척수성 근위축증 증상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SMN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영아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25명 중 10명은 3카피의 SMN2 유전자를 가졌으며, 15명은 2카피의 SMN2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확인했다. NURTURE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척수성 근위축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생후 6주 이내에 척수관 주사(Intrathecal injection)로 스핀라자 투여를 시작했다.
바이오젠은 45.1개월까지 스핀라자를 투여한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중간결과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25명 환자 모두 영구적인 호흡기 부착 없이 생존해있으며, 홀로 앉아있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88%인 22명은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젠은 독립 보행이 가능한 환자들이 정상 아동의 발달단계에 맞게 걷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동의 운동장애 평가 척도 중 하나인 CHOP-INTEND(The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Infant Test of Neuromuscular Disorders)에서 3카피의 SMN2 유전자를 가진 10명은 63.4점, 2카피의 SMN2 유전자를 가진 15명은 62.1점으로 나타났다. CHOP-INTEND 척도는 64점 만점으로 제2형 척수성 근위축증은 약 40점, 제1형 척수성 근위축증은 약 20점 정도로 측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중 10~20% 정도로 알려진 제2형 척수성 근위축증은 제1형 척수성 근위축증 보다 증상 정도가 약하고 악화 속도가 더디다. 바이오젠은 이번 중간발표까지 약 4년 동안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에게서 병의 진행이나 운동기능의 상실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스핀라자 투여로 인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대릴 데 비보(Darryl De Vivo) 미국 컬럼비아 대학 어빙 의료센터(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신경소아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를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치료하는 것에 대한 효과와 지속성을 증명했다”며, “치료방법이 없던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가 스핀라자 투여로 정상수준의 아동 운동발달 단계를 충족시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