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블록버스터 항암제 '허셉틴(성분명:트라스투주맙)' 시장의 격변이 예고된다. 국내외 주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오리지널의약품 개발사인 로슈(제넨텍)와의 특허분쟁을 끝내면서 미국 시장 출시를 가로막던 장벽이 걷혔다. 또한 허셉틴피하주사제형, 허셉틴ADC 등 진화형 제품들의 마케팅, 개발 경쟁도 속도를 내면서 오리지널의약품 시장 잠식에 나설 채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허셉틴의 미국 시장의 문이 열린다. 국내외 주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오리지널의약품 개발사인 로슈(제넨텍)와의 특허분쟁에 합의해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허셉틴은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항암 바이오의약품으로 전세계 8조원, 미국은 3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밀란/바이오콘이 2017년 12월 첫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오기브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이어 셀트리온 허쥬마(2018년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2019년 1월), 화이자 트라지메라(2019년 3월), 암젠/엘러간 칸진티(2019년 6월)가 허가제품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암젠/엘러간을 제외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특허 분쟁을 마무리했다. 가장 최근은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지난달 말 제넨텍과의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허셉틴의 미국 출시 일정은 원개발사와 바이오시밀러개발사와의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허셉틴의 물질특허가 지난달 만료된 상황에서 제품 출시 시기를 극단적으로 늦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늦어도 2020년에는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 5개의 제품이 FDA의 허가를 받았고 주요 개발사들이 바이오시밀러 판매 노하우를 경험한 만큼 출시 이후에는 빠르게 오리지널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시장에서는 작년 1분기(온트루잔트), 2분기(허쥬마)부터 허셉턴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서 허셉틴의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허셉틴의 매출은 3억프랑(약 3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출시 시기가 로슈의 허셉틴 피하주사제형 '허셉틴 하이렉타(Herceptin Hylecta)' 출시 전략과 맞물려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허셉틴 하이렉타는 지난 2월 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피하주사제형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과 달리 별도 조제 과정이 필요없고 입원 치료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투여 시간도 2~5분 이내로 짧아 간편하다. 로슈는 이미 2013년 유럽에서 허셉틴 피하주사제형을 출시해 허셉틴 시장의 절반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베터인 허셉틴ADC 시장의 확대로 중장기적으로 허셉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 항암제가 링커(Linker)로 연결된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기존 치료제보다 높은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로슈의 캐사일라는 2018년에만 1조1600억원(9억7900만프랑)의 판매고를 올린 블록버스터다.
애브비(AbbVie), 앱제노믹스(AbGenomics), 다이이치산쿄(Daiichi-Sankyo), 에이디시테라퓨틱스(ADC Therapetics)를 비롯해 국내 기업인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등 다양한 기업이 허셉틴ADC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다이이치산쿄(Daiichi-Sankyo)의 허셉틴 ADC 치료제 'DS-8201'다. DS-8201는 올해 3월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에 선급금 13억 5000만 달러(1조5000억원)와 단계별 성공사례금 55억 5000만 달러 등 최대 69억 달러(7조8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됐다. 다이이치산쿄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캐사일라 치료를 받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S-8201의 허가신청(BLA)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