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한 첫 번째 유전자 치료제가 내년에는 등장할 수 있을까? 바이오마린(BioMarin)은 2분기 실적보고를 통해 A형 혈우병 치료제 후보물질 ‘발록스(Valrox, valoctocogene roxaparvovec, 프로그램명: BMN270)’의 가속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올해 4분기에 허가신청서(MAA)를 제출해 2020년 내 승인을 받기 위한 계획이다.
바이오마린은 혈액응고인자인 제8인자(Factor Ⅷ)의 결핍으로 발병하는 A형 혈우병 치료제로 제8인자를 생산하도록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AAV 벡터 기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발록스'를 개발하고 있다.
발록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 및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고, 유럽의약국(EMA)으로부터 의약품 신속평가 제도인 PRIME(PRIority MEdicines)을 지정받은 바 있어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발록스가 승인되면, A형 혈우병 치료를 위한 첫 유전자 치료제가 된다.
바이오마린은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대상 임상1/2상(NCT02576795)에서 얻은 3년 결과와, GENEr8-1 임상3상(NCT03370913)에서 얻은 중간 결과에 기반해 올해 4분기 미국 FDA와 유럽 EMA에 허가신청서(MAA)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용량(6e13 vg/kg)의 발록스로 치료받은 환자에게서 비교적 우수한 결과를 확인함에 따라 가속 승인 절차를 위해 저용량(4e13 vg/kg)의 발록스 개발은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바이오마린은 지난 5월 임상1/2상의 3년 업데이트 결과를 발표하며, 이와 같은 입장을 확고히 하게됐다. 결과에 따르면, 연간 출혈 정도(Annualized Bleed Rate, ABR) 평균 16.3, 중간값 16.5를 나타내던 중증 A형 혈우병 환자가 3년동안 고용량의 발록스로 치료받은 이후, 연간 출혈 정도 평균 0.7, 중간값 0을 나타냈다. 3년 이상 연간 출혈 정도가 평균 96% 줄어든 결과였다. 제8인자도 3년동안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며 효능을 유지했다. 저용량의 발록스로 치료받은 환자에게서도 평균 연간 출혈 정도가 92%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현재 바이오마린은 고용량의 발록스를 적용해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3상에 혈액암 환자 130명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등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021년 초 임상3상의 1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바이오마린의 주요 경쟁자는 중증 A형 혈우병 대상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SB-525’를 개발하는 상가모 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와 화이자(Pfizer)가 있다. 상가모와 화이자는 지난달 임상1/2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며 바이오마린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진 바이오마린이 신약 승인을 위한 단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