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HIV에 감염된 체내 면역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CAR-T 세포가 공개됐다. 미국 바이오테크 렌티젠(Lentigen),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피츠버그 대학은 HIV 대상 CAR-T 세포로 ‘duoCAR-T’를 개발해 마우스 동물모델에서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Multispecific anti-HIV duoCAR-T cells display broad in vitro antiviral activity and potent in vivo elimination of HIV-infected cells in a humanized mouse model’를 주제로 국제학술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7일(현지시간) 게재됐다.
기존 CAR-T 세포는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 표면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분자를 도입함으로써 암세포의 항원을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면역항암제다.
이전에 연구진은 ‘CAR-T 기술’과 HIV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CD4+ T세포’를 이용해 HIV에 감염된 체내 면역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한 항 HIV CAR-T 세포를 개발한 바 있다. 그러나 CD4 기반의 CAR 분자는 오히려 HIV의 감염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HIV를 둘러싸는 피막 단백질(Envelope glycoprotein)이 T세포 표면의 CD4 수용체에 결합해 T세포에 침투하고, 이를 감염시킨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서 착안한 연구진은 HIV-1 기반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HIV 피막 단백질의 3개 결합부위를 타깃할 수 있는 2개의 CAR 분자(duoCAR)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CAR-T 세포, ‘duoCAR-T’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먼저 40개 이상의 항 HIV CAR 분자를 스크리닝해 HIV 피막 단백질의 3개 결합부위를 타깃하는 CAR 분자 2개를 선별했다. 이러한 CAR 분자 2개를 T세포에 도입해 만든 항 HIV duoCAR-T는 11개의 HIV 세포주를 이용한 in vitro 실험에서 HIV에 감염된 CD4+ T세포를 최대 99%까지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duoCAR-T는 ‘VRC01-저항성 HIV-1’, ‘3BNC117-저항성 HIV-1’과 같은 항체 내성 HIV 균주에 감염된 말초혈액 단핵세포(PBMC)를 제거하는 역할도 했다. 연구진은 항체 내성 HIV 균주에 감염된 PBMC를 주입해 HIV 감염을 유도한 인간화 NSG 마우스 동물모델에서 duoCAR-T의 효능을 확인했다. 마우스의 비장(spleen)에 duoCAR-T를 투여하고 7일차에 관찰한 결과, 아무 것도 처리하지 않은 마우스의 비장 내 PBMC 수치와 비교해 duoCAR-T는 HIV에 감염된 PBMC를 97.5%까지 억제했다.
또한 duoCAR-T는 투여 30일차까지 마우스의 체내 HIV 감염을 조절하고, HIV 감염이 지속되는 동안 체내 CD4+ T세포의 손실을 방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로 연구진은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제제로는 타깃할 수 없었던 HIV에 감염된 면역세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히며, 다중 특이적 항 HIV duoCAR-T가 HIV-1 감염 환자의 치료제로 효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oro Dropulić 렌티젠 최고과학책임자(CSO)는 duoCAR-T를 이용한 임상을 내년 초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내년 말 자코비 의료센터(Jacobi Medical Center)에서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