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노바티스(Novartis)는 희귀유전질환 APDS(activated phosphoinositide 3-kinase delta syndrome) 치료후보물질 ‘CDZ173(leniolisib)’을 네덜란드 파밍(Pharming)에 이전하는 독점적 라이선스 아웃(L/O)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파밍은 노바티스에 선지급금으로 2000만달러를 지급하며, 이외 다른 계약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노바티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파밍으로부터 규제 및 상업화 마일스톤, 순매출액(net sales) 대비 2자리 수의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현재 42명의 APDS 환자를 대상으로 CDZ173의 임상2/3상(NCT02859727)을 진행중이다. 치료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개발을 진행해온 노바티스가 중도에 라이선스 아웃을 선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CDZ173은 개발과 승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늦어도 2022년 상반기에는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티스는 지난 2018년 11월 국제학술지 ‘Blood’에 APDS 환자 6명에게 CDZ173를 투여한 임상2/3상(NCT02859727) 결과를 게재했다(doi: 10.1182/blood-2018-99-113426). 노바티스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CDZ173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설사, 발진, 감염 민감성 증가, 간 효소 증가, B세포 기능 이상 등 기존 PI3K 억제제 투여 시 발견되었던 부작용은 없었다.
APDS는 1번 염색체의 PIK3CD 유전자(1p36) 돌연변이로 생겨나는 원발성 면역결핍증(primary immunodeficiency)으로 100만명 중 1~2명이 앓는 희귀한 유전질환이다. PIK3CD 유전자는 PI3Kδ(phosphoinositide 3-kinase delta)를 발현한다. 그런데 PIK3CD에 생긴 돌연변이는 PI3Kδ의 활성자리 구조가 변형된 p110δ를 발현하고, p110δ는 정상 PI3Kδ보다 높은 활성으로 T세포, B세포, 호중구의 증식을 억제해 면역결핍을 유발한다.
p110δ는 염증, 자가면역, 이식거부반응 억제제로도 사용될 만큼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p110δ를 다량 발현하는 APDS 환자는 외부 병원균에 의해 계속해서 감염이 일어나 동폐 감염(sinopulmonary infections), 기관지 확장(bronchiectasis)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면역세포 증식 신호는 계속 전달되지만, 면역세포가 증식하지 않는 림프샘 장애(lymphadenopathy)가 생겨난다. 이 때문에 APDS 환자는 림프부종이 동반되며, B세포 림프종 발병률이 높다.
노바티스의 CDZ173는 PI3Kδ, p110δ 신호경로의 중간과정인 PIP3(phosphatidylinositol-3-4-5-trisphosphate)을 차단하는 컨셉의 화합물로, APDS 환자의 과도한 p110δ 활성을 막는다.
한편 PI3K 신호경로는 세포 증식에 관여하기에, 여러 제약기업에서 암 치료제로 개발을 시도했다. 기존 치료후보물질은 PI3Kα, PI3Kβ를 주요 표적으로 삼았는데, 다양한 세포에서 발현되는 PI3Kα, PI3Kβ는 암세포가 아닌 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는 독성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많다. 파밍에 따르면 PI3Kγ, PI3Kẟ는 초기 조혈모세포에서 발현된다. 그 외 세포에선 PI3Kγ, PI3Kẟ를 발현하지 않기 때문에, CDZ173은 기존 치료후보물질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