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라는 키워드는 글로벌 바이오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2017년 미국에서 11개 액체생검/암 진단 기업이 21억7900만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한번에 1조원이 넘는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유명해진 일루미나의 스핀오프 회사인 그레일(Grail)을 포함해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 프리놈(Freenome) 등이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올해도 이러한 열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어뎁티브바이오테크놀로지(Adaptive Biotechnologies)가 3억4500만달러를 공모하며 기업공개를 했고, 같은달 프리놈은 시리즈B로 1억6000만달러 규모의 후속 투자를 받았다. 앞선 5월에는 트리브얼리어텍션(Thrive Earlier Detection )이 시리즈A로 1억1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1년 사이 코스닥 시장에 지노믹트리, 싸이토젠, EDGC 등 액체생검 기업이 상장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암 액체생검에 뛰어든 기업만 1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액체생검 분야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2017년에 그레일은 이르면 4년 안에 고감도 NGS 분석기술로 모든 암을 조기진단하는 액체생검 서비스를 가능케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들어갔고 2년이 지나서 ‘미국암학회(ASCO) 2019’에서 12개 암종에서 액체생검 조기진단을 테스트한 CCGA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암에서의 민감도는 59%~86%, 특이도는 99%가 넘었다. 긍정적인 초기 임상 결과였지만 전암(pan-cancer)을 스크리닝한다는 컨셉에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초기 암 환자의 혈액에는 극소량의 ctDNA(circulating tumor DNA, 순환종양DNA)가 있다는 점, CCGA 임상에서 1~2기에서의 낮은 민감도, 각 암종의 유병률 등을 고려해보면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평가였다.
한때 스타로 떠올랐던 그레일이나, 프리놈, 트리블 등 대규모 투자유치를 이끈 기업은 대부분 액체생검 조기진단에 포커스하는 기업이었다. 덕분에(?) 액체생검이라고 하면 혈액으로 암을 조기진단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액체생검 암 진단 분야는 다양하며, 각 분야에 따라 시장규모나 개발전략이 다르다. 크게 4가지 영역으로 ▲조기진단(스크리닝) ▲암 진단 ▲치료제 선택 ▲예후/재발 진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액체생검 기업을 보고자하면 암 진단 측면에서 어느 영역을 타깃하고 있는지 구별해서 이해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