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의 3중 복합제 ‘트리카프타(TRIKAFTA, 성분명: elexacaftor/tezacaftor/ivacaftor)’가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FDA는 ‘낭포성 섬유증 막 관통 조절(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CFTR)’ 유전자에 1개 이상의 F508del 변이가 있는 12세 이상의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치료제로 ‘트리카프타’를 승인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F508del 변이가 있는 12세 이상 낭포성 섬유증 환자에게 효과를 보인 첫 3중 복합제다.
FDA는 트리카프타를 우선심사 및 신속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혁신치료제 및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버텍스는 지난 7월 신약허가신청서(NDA)를 FDA에 제출했으며, FDA는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로 트리카프타의 임상적 이점을 확인해 심사완료일로 설정한 2020년 3월 19일보다 약 5개월 앞선 시점에 승인 결과를 냈다.
낭포성 섬유증은 폐, 소화기관 및 체내 여러 기관에 점막을 두껍게 축적하는 희귀질환으로, CFTR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발병한다. CFTR 유전자는 약 2000개의 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낭포성 섬유증 환자 90%에게서 가장 빈번한 변이 형태로 F508del 변이가 확인되고 있다. 미국에서만 약 2만7000명의 환자가 1개 이상의 F508del 변이로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다.
트리카프타는 결함이 있는 CFTR 단백질을 타깃한 3중 복합제다. 세포 표면에 있는 F508del-CFTR 단백질의 기능과 양을 증가시키도록 설계됐다.
FDA는 2개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에 기반해 트리카프타를 승인했다. 첫 번째 임상3상은 F508del 변이와 최소기능변이를 각각 1개씩 보유(F/MF)한 낭포성 섬유증 환자 403명을 대상으로 했다. 낭포성 섬유증 폐 질환의 진행에 대한 마커로 ‘ppFEV1(1초당 최대 흡기량)’을 측정한 결과, 치료 24주차에 트리카프타는 위약대비 ppFEV1을 평균 13.8% 증가시켰다.
두 번째 임상3상은 2개의 F508del 변이를 보유(F/F)한 낭포성 섬유증 환자 107명을 대상으로 했다. 트리카프타 치료군의 ppFEV1이 ‘tezacaftor/ivacaftor’ 2중 복합제 치료군 대비 평균 10% 증가된 결과를 보였다. 또한 버텍스는 2개 임상에서 땀 염화물(Sweat chloride), 폐 악화율(호흡기 증상 및 폐 기능 악화), 체질량지수(BMI)가 개선되는 것도 확인했다.
트리카프타의 심각한 이상 반응은 발진, 인플루엔자(독감)로 관찰됐다. 가장 빈번한 이상반응은 두통, 상기도 감염, 복통, 설사, 발진, 간 효소(ALT, AST) 증가, 코막힘, 혈중 크레아틴 인산활성 효소(Blood creatine phosphokinase)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트리카프타를 처방받는 환자에게는 간 기능 검사 관련 경고, 간 효소 저해제와의 사용 및 녹내장 위험성을 알리는 처방 정보가 함께 전달될 예정이다.
트리카프타의 판매가격은 1년에 31만1000달러(약 3억6400만원)로 책정됐다.
버텍스는 유럽 의약품청(EMA)에도 트리카프타에 대한 신약허가신청서(MAA)를 제출한 상태다. 현재 버텍스는 F/MF 변이나 F/F 변이가 있는 6세 이상 11세 이하의 낭포성 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에서 3중 복합제의 효능을 평가하고 있다. 향후 6세 이하의 낭포성 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도 진입할 계획이다.
임상을 이끈 Steven Rowe 알라바마 대학 낭포성 섬유증 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FDA의 승인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질병의 기본적인 결함을 치료하기 위해 CFTR 조절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임상에서 트리카프타는 잘 통제됐고, 치료 24주차에 FEV1 및 호흡기 증상을 개선시키고, 폐 악화율을 감소시켰으며, 체질량지수(BMI)를 개선하는 등 낭포성 섬유증에 대한 다양한 측정지표에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