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SLMS(Secret Lab of Mad Scientist) 대표
간염(hepatitis)을 비롯한 많은 만성 간질환은 의학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알려져 왔다. 황달(jaundice)에 대한 기록은 고대 수메르 시절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이의 정확한 원인은 1960년대까지 정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인류와 바이러스간의 전쟁의 역사를 알아본 본 연재의 마무리를 지으며 알아볼 질병은 바이러스성 간염이다. 앞으로 2회의 연재를 통하여 바이러스성 간염 발견의 역사와 이를 예방 혹은 치료하는 수단이 어떻게 탄생한 과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간염 바이러스 발견 이전까지의 간염의 역사
만성 간질환은 의학이 태동하는 시점부터 인류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 전염성 황달에 대해서는 그리스나 로마 시절부터 보고가 있었으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없었으며 가끔은 말라리아나 렙토스피라증과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과 혼동되기도 하였다[1].
18세기 이후, 이러한 만성 간질환이 징집에 의해 많은 인원이 모이는 전쟁시에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가령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파리 포위 과정에서 간질환의 창궐이 보고되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도 약 5만명 이상의 사람에서 간염이 발생했다. 이러한 추세는 20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하여 2차 세계대전에서 간염에 의한 사망자는 16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기도 하였다[2]. 그러나 이러한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확인은 1960년대에 되어서야 가능했지만, 간염이 전염성 성격이 있다는 것은 19세기 말부터 확인되기 시작하였다. 1885년 독일 브레멘에서 발생한 전염성 간질환을 조사하던 연구자들은 해당 증상이 천연두 백신을 접종받은 환자들에서는 일어났지만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매독 치료를 위한 비소 주사, 비스무트 근육주사 등도 간염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간염의 병원체가 주로 주사기 등의 비경구적인 감염 경로(parenteral transmission)에 의해서 전파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42년 인간 혈청에 오염된 황열병 백신을 주사받은 미국 해군 장병 56,000명에게서 간염이 발생하였다[3]. 1947년, 영국의 의사 맥칼럼(F.O. MacCallum)은 이러한 결과를 통하여 간염이 전염성이 있는 감염체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간염은 필터를 통하여 여과하여 세균이 제거된 혈청을 통해서도 전염되므로 이 병원성 감염체는 바이러스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리고 그는 짧은 잠복기를 가지는 유행성 간염과 100일 이상의 긴 잠복기를 가지는 혈청을 통하여 전파되는 간염이 있다는 것을 기록하였다[4]....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