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PD-(L)1은 현재 16개 다른 암종에서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으며, 암종과 상관없이 유전자 변이 바이오마커(MSI-H/dMMR)를 기준으로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다. 단일 치료제로 여러 적응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약 15개 적응증을 갖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블록버스터 제품인 '휴미라'와 비슷하다. 이러한 잠재력을 반영하듯 2024년에는 PD-1 항체 '키트루다'가 휴미라를 제치고 17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PD-(L)1 제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PD-(L)1 항체 3개를 시판하면서 글로벌에서 PD-(L)1 제품은 9개로 늘었다.
그러나 PD-(L)1 단일요법이나 병용투여를 제외하고는 후기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했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차세대 면역항암제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이다. 차세대 면역관문억제제는 PD-1처럼 면역을 억제하는 브레이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면역을 활성화하는 가속기를 밟는 방향이 맞을까? T세포가 아닌 다른 면역세포를 타깃해서도 충분한 항암 효과가 나올 수 있을까? PD-1을 잇는 새로운 타깃이 있을까, 아니면 기존에 효능이 확인된 타깃의 효능과 안전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맞을까? 실패의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명확한 성공 사례가 없어 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기대감도 여전하다.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찾고 입증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욱 큰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잇따른 실패 소식에도 지난 2년 동안 1469건의 PD-(L)1 임상이 시작했고, 전체 진행 수는 3000건에 달한다. 단지 시장적인 측면뿐만은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조건만 맞는다면 PD-(L)1 항체를 선호한다. 약물 반응을 보인다면 더 높은 삶의 질(QoL)로 더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서 면역항암제는 치료의 컨셉을 바꾸고 있는데, 이전에는 환자의 5년후 생존률이 5%보다 낮았다면 키트루다가 나오고 환자 5년후 생존률이 23.2%로 개선됐다. 면역항암제 출현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그런 면에서 가장 큰 면역항암제 학회로 꼽히는 'SITC(Society of the Immunotherapy of Cancer) 컨퍼런스'에 관심이 쏠린다. 이러한 차세대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번 SITC2019 초록이 발표되고 시장이 크게 반응했던 회사로 넥스트큐어(NextCure)가 있었다. 넥스트큐어는 PD-(L)1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면역항암제 표적인 Siglec-15를 타깃하는 항체 ‘NC-318’을 투여했더니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확인한 사례를 발표했다. 이 소식만으로 당일 넥스트큐어 주가는 249% 올랐다. 그러나 막상 전체 데이터가 발표되자 주가가 다시 반으로 떨어졌다. 현재로서는 Siglec-15이라는 신규 타깃의 유효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어쨌든 넥스트큐어가 보여준 접근법이나 임상 결과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