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신경계 퇴행을 일으키는 신경형 고셔병에는 기존 효소치료제가 전달문제로 효과를 보이지 않아 새로운 치료법,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었다. 이수앱지스의 애브서틴과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브록솔을 병용함으로써 신경형 고셔병의 치료 가능성을 규명했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교수(소아내분비대사과)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신경형 고셔병 환자에게 애브서틴, 암브록솔을 병용투여한 연구자 임상 결과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초희귀질환에 속하는 신경형 고셔병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 약 5년간 진행한 장기연구의 결과물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형 고셔병(nGD; neuronopathic Gaucher Disease) 환자 대상의 애브서틴과 암브록솔 병용임상(Pharmacologic properties of high-dose ambroxol in four patients with Gaucher disease and myoclonic epilepsy)'이라는 제목으로 의유전학저널(Journal of Medical Genetics)에 최근 게재됐다(doi:10.1136/jmedgenet-2019-106132).
고셔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 GCase) 효소의 결핍으로 당지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일부 세포에 축적돼 발병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고셔병 환자는 당지질이 간, 비장, 골수 등에 축적돼 간과 비장의 비대, 뼈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질, 발작, 신경 퇴행 등이 나타나는 신경형은 고셔병 중에서도 희귀환 질환으로 국내에 환자가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다.
고셔병은 효소 교체요법(Enzyme Replace Therapy, ERT)으로 치료하는데 세레자임(사노피 젠자임), 애브서틴(이수앱지스) 등의 제품명을 가진 이미글루세라제(imiglucerase)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미글루세라제는 뇌로는 전달되지 않아 신경형 고셔병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고 환자 수가 적은 탓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국내 희귀유전질환 권위자인 이 교수는 이런 신경형 고셔병의 언맷니즈(unmet needs) 해결을 위해 기존 허가받은 약물을 활용한 병용요법 연구에 돌입했다. 이 교수는 “신경형 고셔병 환자는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신경형 고셔병 환자인 어린 소녀들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 등을 보면서 어떻게 치료할지 고민하다 병용요법을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해거담제로 사용되는 암브록솔을 활용했다.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브록솔을 활용하면 기존 효소치료제의 생체내 효소 활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이수앱지스가 연구비를 지원하며 백기사로 나섰다.
연구는 4~10년간 ERT요법으로 치료 경험이 있는 신경형 고셔병 환자 4명을 대상으로 2013년 8월부터 약 4년 5개월간 진행했다. 연구팀은 애브서틴(60 IU/kg)을 투여하면서 암브록솔을 1.5mg/kg/day에서 최대 27mg/kg/day까지 증량해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했다.
처음 2년간 암브록솔 최대 21mg/kg/day 용량까지 증량했을때에는 환자의 발작 빈도나 인지기능이 개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암브록솔을 최대 목표치인 최대 27mg/kg/day 용량까지 증량하면서 발작빈도와 인지 기능이 개선됐다. 특히 발작빈도는 거의 0에 수렴해 정상수준으로 회복됐다.
모든 환자에서 말초 혈액 백혈구 내 GCase 효소 활성도가 개선됨을 보였다. 고셔병 심각도와 진행에 대한 바이오마커인 Lyso-Gb1 수치도 모든 환자에서 치료 전에 비해 감소했다.
이 교수는 “혈중 암브록솔 농도를 높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농도가 올라가는 초기에는 일시적인 증상 악화(병의 진행)를 보였으나, 농도가 높아진 2.5년 이후엔 환자가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서 있지도 못하는 환자가 균형을 잡고 걷는 등 임상에서 증상이 확연히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애브서틴, 암브록솔 병용요법은 큰 부작용도 보이지 않았다. 흔한 부작용은 가래, 호흡곤란, 낮은 수준의 단백뇨였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애브서틴, 암브록솔의 병용요법의 적정 용량을 찾은 만큼 2021년부터 유효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덧붙여 "국내에도 치료제가 없어 환자가 고통받은 희귀유전질환이 많다"면서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희귀질환에도 관심을 갖고 신약개발에 도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