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지난달 30일 중국보건당국(national health commission, NHC)이 정체모를 원인의 폐렴 발병을 보고→이번달 29일 중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6065명, 사망자는 132명 발생'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해 폐렴을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일명 우한폐렴은 이전에 사람에서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균주로 현재 한국, 일본,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 미국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coronavirus, CoV)는 일반적인 감기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CoV)같은 치명적인 전염성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과 사람사이에서 전염되는 인수감염병이다.
이번에 새롭게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 중국 보건당국은 박쥐에서 바이러스가 유래됐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사스와 메르스의 경우를 생각해 중간 숙주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다. 사스는 사향고양이에서, 메르스는 단봉 낙타에서 사람에게 전염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 서열이 분석돼 진뱅크(GENEBANK)에 공개됐다. 유전자와 단백질서열을 분석해본 결과 유전자 수준에서 박쥐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bat SARS like coronavirus)와 유사도가 유전자 수준에서 89%, 단백질 수준에서 87%로 일치도가 가장 높았다.
전염력 높지만 치사율은 2%대 수준..각국 감염 진단법 개발 나서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 중 주목할 부분은 높은 전염력이다. 사스와 메르스와 비교해 전염력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사망률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사망률이 낮아도 전염력이 높아 결국 더 많은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WHO에 따르면 사스의 환자가 8422명, 메르스가 1367명인데 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1월 24일부터 29일까지 845명에서 6065명으로 환자가 급증했다. 치사율은 사스가 약 10.9%, 메르스는 약 38.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약 2%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무증상 감염이 되는가의 여부다. 지난 25일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교수 연구팀은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겉으로는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CT촬영결과 폐렴 증세를 보인 무증상 감염 사례를 소개했다(doi.org/10.1016/S0140-6736(20)30154-9). 다만 무증상 감염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환자의 객담과 혈청 샘플을 이용해 분자진단법인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RT-PCR)을 사용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CDC는 진단을 위해 우한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의 Ngene(Nucleocapsid) 부위 3군데를 표적으로 삼았다. 진단 시험결과 표적 세곳에서 전부 양성 반응이 나와야 감염자로 확정한다. CDC는 미국에서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GENEBANK에 업데이트해 백신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 푸단 대학교에서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입수해 진단법 개발에 나섰다. 현재까지 의심환자에게 전체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여부를 분석하는 판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분석법을 사용해 검사 후 양성반응이 나오면 다시한번 감기유발 바이러스 유무를 분석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정지었다. 판코로나바이러스 분석법은 1~2일 걸리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진단법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시간 RT-PCR을 이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법은 수시간정도만 소요되고 검사난이도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미 새로운 진단법을 확립한 상태”라며 “31일부터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새로운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애브비는 100만달러 규모의 HIV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 Aluvia)’를 중국에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로 애브비의 HIV치료제 칼레트라 사용을 권고했다. 보건당국은 환자가 하루 2회 칼레트라를 복용하고 정해진 농도의 인터페론-α를 분무해 흡입하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칼레트라는 두가지 레트로바이러스 성분인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를 섞은 복합제다. 칼레트라는 단백질분해효소 저해제(protease inhibitor)로 HIV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가진다. 애브비의 칼레트라는 사스와 메르스때 사용된 바 있으나 임상적으로 효과를 확인한 바는 없다.
백신개발에 나선 제약사들
빅파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나선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J&J)은 약 2주전부터 백신개발에 들어갔다. J&J는 에볼라, 지카, HIV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때 사용한 ‘프라임&부스트(prime and boost)’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프라임&부스트 방식은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26형벡터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러스 항원을 암호화하는 프라임 백신을 우선 주입하고, 재조합 단백질로 제작된 부스트 백신을 2차로 주입해 면역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J&J는 1년에 거쳐 지카바이러스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에 속도를 내 올해 후반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염병준비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지원 자금을 받게 된 모더나(moderna)와 이노비오(Inovio)도 있다. CEPI는 2017년 에볼라와 지카바이러스가 발병한 후 바이오텍들 간에 백신개발 자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시민단체, 제약회사, 기타기관 사이의 제휴로 결성됐다. 많은 질병에 대한 연구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를 모금하기로 했으며, 현재까지 4억5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모더나는 CEPI에게 받은 자금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균주에 대한 mRNA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한다. 모더나는 미국 국립과학연구원(NIH)산하 국립 알레르기, 감염증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 백신연구센터(VRC)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설계했다. NIAID는 미국에서 후보물질 전임상과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mRNA를 타깃 세포로 전달하여 원하는 단백질을 발현하게 하는 원리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모더나는 자사의 mRNA 백신 기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같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대응하는 유용하고 신속한 개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노비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CEPI에서 9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지원금은 이노비오의 INO-4800이라는 임상 1상의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INO-4800은 이노비오의 DNA 백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신속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셉 김(Joseph Kim) 이노비오 CEO는”메르스 백신을 개발해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했다”며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를 신속하게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도 신속하게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백신의 개발은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이유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다. 백신을 개발해도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다양하게 일어나므로 항원이 달라져 백신효과가 없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임상과정에 걸리는 시간이다. 임상에 진입해 허가를 받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감염병 확산이 사그라들어 임상에 참여할 환자들이 감소해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