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SLMS(Secret Lab of Mad Scientist) 대표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바이러스와 이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즉 오래 전에 알려져서 병원체가 규명되고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제 등 예방과 치료법이 어느 정도는 확립된 바이러스병들이었다. 그러나 인류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어느정도 승기를 잡았다고 끝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인류는 필연적으로 여태까지 만난 적이 없던 새로운 바이러스들을 접하게 되며, 그 순간 바이러스와 인간과의 전쟁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는 21세기에 들어 3번의 국제적인 질병의 대유행, 특히 2019년 겨울부터 시작된 세계적 대유행을 초래한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의 발견 과정과 이로 인해서 초래된 3종류의 질병(SARS, MERS, COVID-19)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발견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e)로 분류되는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는 닭에서 전염성 기관지염(Infectious Bronchitis)을 일으키는 조류 전염성 기관지염 바이러스(Infectious Bronchitis Virus, IBV)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의 유병률은 100%에 달하며, 주로 생후 2일에서 3주의 병아리에서 발견되었으며 치사율은 40%에서 90%까지 이른다. 전염성 기관지염은 1931년 미국의 노스다코다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1], 1936년 이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는 박테리아를 여과할 수 있는 필터를 통과하는 바이러스라는 것이 밝혀졌다[2]. 1937년 해당 바이러스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황열병 바이러스를 배양했던 닭 수정란 배양 시스템에서 배양 가능하는데 성공하였다[3].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황열병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조류 전염성 기관지염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수정란에서 계대하여 장기간 배양하면 병원성을 잃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약독화된 생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1940년대에 등장하였다. IBV는 인간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도 아니었으므로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줄어들게 되었다.
전자현미경 시료 주변을 검게 염색하여 시료의 컨트라스트를 높이는 기법인 네가티브 염색(Negative staining)이 개발된 이후인 1964년 IBV가 생체막으로 둘러싸인 구조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돌출되어 있는 구조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4]. 이후 조류 이외에서도 IBV와 특징을 공유하는 바이러스들이 발견되었다. 특히 1967년 인간 감기 환자의 호흡기에서 IBV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는데[5], 이 바이러스 역시 IBV의 특징(스파이크 단백질이 생체막에 돌출되어 있는 구조, RNA, 생체막으로 둘러싸인)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