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간 손상을 가진 환자에게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치료제 투여로 간 손상이 나타날 위험이 있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FDA는 애브비(AbbVie)의 ‘마비렛(Mavyret, 성분명 glecaprevir/pibrentasvir)’, 미국 머크(MSD)의 ‘제파티어(Zepatier, 성분명 elbasvir/grazoprevir)’, 길리어드(Gilead)의 ‘보세비(Vosevi, 성분명 sofosbuvir/velpatasvir/voxilaprevir)’ 3종의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 중에 중등증(moderate) 이상의 간 손상 환자에 사용했을 때, 간 손상 정도가 중증(severe)으로 악화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FDA는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면 손상된 간 기능이 다시 복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 손상이 없거나 경증(mild)의 간 손상을 가진 환자에게 3종의 치료제를 사용했을 땐 안전성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FDA는 3종의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에 환자의 간 손상 정도를 확인해야 하며, 간 손상 정도가 높은 환자에겐 투여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면 간 손상 관련 징후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간 손상 징후인 피로, 쇠약, 식욕감퇴, 황달, 대변 색 변화 등이 관찰되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FDA의 이번 발표는 2018년 한 해 동안 마비렛, 제파티어, 보세비를 처방받은 7만2000여명의 환자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다. 7만2000여명 중 89%는 마비렛, 6%는 보세비, 5%는 제파티어를 처방받았다. 발표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치료제 사용으로 간 손상이 악화하면서 간 부전(liver failure), 사망 등이 발생했다. 간 손상 관련 부작용이 발견된 환자 수는 63명이고, 이들 중 46명은 마비렛, 14명은 제파티어, 3명은 보세비를 투여했다.
63명 중 13명은 3종의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에 간경변증(liver cirrhosis)이 없었다. 18명은 상대적으로 간 기능이 유지되는 대상성 간경변증(compensated cirrhosis)을 앓고 있었고, 21명은 간 손상이 진행돼 간 기능이 떨어진 비대상성 간경변증을 앓고 있었다. 나머지 11명의 간 질환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견된 간 손상 관련 부작용은 고빌리루빈혈증(hyperbilirubinemia) 42건, 황달(jaundice) 32건, 복수(ascites) 27건, 간성뇌증(hepatic encephalopathy) 12건이었다. 치료제 투여 이후 부작용이 발생하는 데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22일(범위: 2일~16주)이었다. 63명 중 39명은 치료제 투여를 중단한 이후 간 부작용 관련 수치가 감소하며 증상이 개선됐다. 2명에게선 투여를 다시 시작했을 때 증상이 재발했다. 이번 발표에서 사망 환자 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 세포에 들어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숙주의 간 손상을 유발한다. C형 간염 치료제인 마비렛, 제파티어, 보세비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는 바이러스의 증식과정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종의 치료제 중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료제는 마비렛, 제파티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11월 제파티어, 2018년 1월 마비렛의 판매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