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Lunit)은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2022년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2)에서 5만5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y)에서 실제 의료현장에 AI 도입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를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의료분야에서는 처음으로 AI의 유용성을 증명한 리얼월드(Real-World Data, RWD)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올해 RSNA 2022의 주요 연구성과에 해당하는 구두발표(Oral Presentation)로 선정돼 발표가 진행됐다.
리얼월드 데이터(RWD)는 의료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실사용 임상데이터를 뜻한다. 통제된 환경에서 평가지표 달성을 위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허가 목적의 임상데이터와 달리 RWD는 환자 진료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있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획득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료진의 신뢰도가 높다.
기존 유방암 진단 관련 AI 연구가 이미 진료가 종료된 데이터를 활용한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가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연구는 대규모 집단 임상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의료AI 연구에서 처음으로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전향적 연구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번 연구는 북유럽 최고의 의과대학인 스웨덴왕립 카롤린스카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소속 유방암 연구 세계적 권위자인 프레드릭 스트랜드(Fredrik Strand) 연구팀 주도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지난 2021년 4월 1일부터 2022년 6월 9일까지 1년 넘는 기간동안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활용해 유방암 검진을 받은 스웨덴 여성 5만5579명을 대상으로 실제 의료환경에서의 AI 도입 가능성을 분석했다(NCT04778670).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유방암 검진시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이중판독(Double reading)을 하는 것이 법제화돼 있다는 것에 근거해, 연구에서는 ▲전문의 2명 ▲루닛 AI+전문의 1명 ▲루닛 AI 단독으로 진단하는 경우로 나눠 각각의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하더라도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것과 비교해 암 발견율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검자 1000명당 암 발견율(Cancer Detection Rate, CDR)은 AI+전문의 1명이 4.3, 전문의 2명이 4.1, AI 단독이 4.1로 나타났다.
다음 핵심 데이터로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 재검사를 위해 환자를 다시 소환하는 리콜률(Recall Rate, RR)이 낮았으며, 특히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한 경우, 전문의 2명이 판독하는 경우보다 리콜률이 낮았다. 연구 결 수검자 1000명당 리콜률은 AI+전문의 1명이 28.0, 전문의 2명이 29.3, AI 단독이 15.5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프레드릭 스트랜드 박사는 "유럽과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는 유방암 진단 시 의사 2명이 최종 판단을 하게 되어 있으나 현재 이들 국가들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전향적 연구는 의사 1명의 역할을 AI가 대신함으로써 총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보험수가 획득 및 유방암 검진에 AI가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도 "이번 연구는 결국 AI가 유방암 검진의 표준이 될 것을 보여준 것이며, 루닛이 성능 좋은 AI 제품을 만드는 것과 별도로 실제 의료현장에서 대규모 전향적 임상을 통해 AI의 효과를 최초로 입증한 것이 핵심"이라며 "실제 최근 루닛은 호주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전체의 국가 단위 유방암 검진사업 운영권을 의료AI 기업 최초로 단독 수주하는 등 루닛 AI가 의료환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음을 지속 증명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루닛은 이번 RSNA 2022에서 구두연구 8건과 포스터 4건을 포함해 총 12개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108회째를 맞이한 북미영상의학회(RSNA)는 학계 및 의료계 전문가, 생명공학기업 관계자 등 전 세계 5만 명 이상이 참석하는 북미 최대이자 글로벌 최대 규모의 영상의학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