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앨라일람(Alnylam)의 두번째 RNAi 치료제 ‘기보시란(Givosiran)’이 임상 3상에서 종결점을 충족했다는 결과가 지난 12일 발표됐다. 앨라일람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hATTR 아밀로이드증(hereditary ATTR amyloidosis) 치료제 ‘온파트로(Onpattro, Patisiran)’를 승인받았다. RNAi 치료제로는 첫 번째 판매 승인이었다.
기보시란의 임상 3상은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AHP, Acute Hepatic Porphyria) 환자 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보시란’은 피하주사로 투여되었으며, 위약그룹은 멸균 식염수를 투여받았다. 기보시란 투여그룹에서 포르피린성 발작(Porphyria attacks)이 1년간 발생한 비율은 위약그룹보다 74% 적었다. 포르피린성 발작이 나타나지 않은 비율은 ‘기보시란’ 투여그룹 50%, 위약그룹 16%로 확인됐다. 오줌으로 배출된 신경독성 물질 농도가 줄어든 것도 확인했다(ALA(Aminolevulinic acid) 91% 감소, PBG(Porphobilinogen) 73% 감소).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은 유전자 결핍으로 나타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헤모글로빈의 헴(HEME)을 합성하는 과정 중 하나의 효소가 유전자 결핍으로 발현되지 않으면 나타난다. 헴이 완성되면 음성(Negative) 피드백으로 합성 과정이 억제된다. 그런데 효소가 결핍으로 헴이 합성되지 않으면, 음성피드백이 사라져 중간물질(Intermediates)이 축적된다. 중간물질 중 ALA, PBG은 신경독성을 유발하여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이 발병한다. 환자는 포르피린성 발작을 일으키는데 복부 통증, 고혈압, 무력감, 구역질, 환각, 간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근육 쇠약으로 호흡 마비가 생기기도 한다.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을 장기간 앓게 되면 만성적으로 신경병성 통증, 신장 손상, 간 손상이 발생한다. 현재는 정맥으로 헴을 투여하거나, 간 이식으로 치료한다.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의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없었다.
‘기보시란’은 siRNA(Short-interfering RNA)로, ALAS1(Aminolevulinic Acid Synthase 1)의 RNA에 결합한다. ALAS1은 헴 합성 과정의 시작점인 Succinyl-CoA와 Glycine을 ALA로 합성하는 효소다. ‘기보시란’은 ALAS1 RNA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다. ALAS1이 생성되지 않으면 ALA이 축적되지 않는다. 신경독성의 원인물질이 축적되지 않기에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 증상이 생겨나지 않는다.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은 유럽 인구 7만5000명 당 1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신경독성 물질인 ALA, PGB가 계속 쌓이므로 ‘기보시란’ 투여를 계속해야 한다. ‘기보시란’은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 치료제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이 될 전망이다. 이벨류에이트파마는 ‘기보시란’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2024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3억9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비정상 단백질이 발현되거나, 유전자 결핍으로 생겨나지 않는 단백질을 보충할 방법이 없었다. 유전질환은 난치병으로 여겨졌다. RNAi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비정상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부족한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할 수 있게 되면서,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유전질환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RNAi 치료제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siRNA 표면의 음전하 때문에 세포 안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앨라일람은 siRNA에 GalNAc(N-acetylgalactosamine)를 붙여 한계를 극복했다. 간세포에는 GalNAc의 세포내이입(Endocytosis)을 유발하는 ASGR(Asialoglycoprotein receptor)이 발현된다. GalNAc가 연결된 siRNA는 간세포에서 빠르게 유입되며 헴 합성 과정에 작용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앨라일람은 올해 1월에 열린 ‘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에서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들을 소개하고, 2021년까지 5개의 RNAi 치료제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