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노바티스(Novartis)의 프로스타글란딘 D2 수용체2(prostaglandin D2 receptor 2, DP2) 길항제(antagonist) ‘페비피프란트(fevipiprant)’가 천식(asthma) 환자의 폐 기능 개선에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노바티스는 천식 환자에게 페비피프란트를 투여한 2건의 임상3상(NCT03226392, NCT03215758)에서 1차 종결점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노바티스는 ZEAL 연구로 이름을 붙인 2건의 임상3상에서 FEV1(forced expiratory volume in one second) 개선 정도를 1차 종결점으로 설정했다. 페비피프란트를 투약하기 전 환자의 FEV1을 기준으로 12주 후 FEV1 변화를 위약그룹과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FEV1은 1초간 최대한 내뱉을 수 있는 호흡량으로, 폐활량 측정을 위한 폐 기능 검사 지표 가운데 하나로 사용한다.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처럼 기관지(bronchi), 세기관지(bronchiole)가 좁아지는 폐쇄성 폐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폐 용적이 정상 수준으로 늘어나지 못해 FEV1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폐쇄성 폐 질환 환자의 증상이 심각한 정도를 판별할 때 FEV1을 사용한다.
천식이 기도폐쇄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호산구(eosinophil) 증가에 의한 만성 염증이 지목된다. 호산구가 증가하면서 기도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는데, 염증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기도의 점막층과 민무늬근(smooth muscle) 두께를 증가시킨다. 점막층과 민무늬근 두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기도가 좁아져 기도폐쇄가 나타난다.
현재 천식 치료제로는 염증반응을 줄이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거나, 기관지를 확장하는 베타2 작용제(beta-2 agonist), 항콜린제(anticholinergic)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치료제들은 천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기도폐쇄 증상을 개선할 뿐, 기도가 좁아진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 천식을 치료하진 않는다.
노바티스가 개발하고 있는 페비피프란트는 DP2에 길항제로 작용한다. GPCR(G protein-coupled receptor)에 속하는 DP2는 제2형 도움 T세포(type 2 helper T cell, Th2)에 있는 수용체다. 감염, 외상 등에 의해 세포가 죽는 과정에서 세포막 안에 있던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이 외부로 드러난다. 아라키돈산은 COX(cyclooxygenase)에 의해 프로스타글란딘 D2로 합성된다. 프로스타글란딘 D2는 면역세포의 프로스타글란딘 수용체에 결합해 면역반응을 촉진하는데, DP2를 가진 제2형 도움 T세포는 IL-5를 분비해 호산구의 활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제2형 도움 T세포의 IL-5 분비량을 조절할 수 있는 페비피프란트를 이용해 천식 치료를 시도했지만, 폐 기능을 개선하는 것에 실패했다.
한편, 노바티스는 페비피프란트를 52주간 투여하는 2건의 임상3상(NCT02563067, NCT02555683)도 진행하고 있다. 이 2건의 연구는 LUSTER 연구로 이름 붙여졌다. LUSTER연구에선 FEV1이 아닌 중등도에서 중증으로의 천식 악화(moderate to severe asthma exacerbations)가 1차 종결점으로 설정됐다. 노바티스는 환자의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해 3일 이상 구제(rescue) 요법으로 전신성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것을 잡았다. 천식으로 인한 사망도 중증 천식으로의 악화 기준에 포함됐다. 노바티스는 LUSTER 연구 결과는 2020년 1분기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