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산 복제약(제네릭)의 발매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환자 부담 약값이 90% 이상 절감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업체들의 적극적인 제네릭 개발 노력으로 환자들이 금전적인 수혜를 입는 ‘복제약의 순기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의 뇌전증치료제 ‘빔스크’가 이달부터 건강보험 약가를 적용받고 출시된다.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된 빔스크는 50mg, 100mg, 150mg, 200mg 등 4종류로 각각 435원, 696원, 871원, 1016원으로 보험상한금액이 결정됐다.
‘라코사미드’ 성분의 빔스크는 UCB제약이 개발한 ‘빔팻’의 제네릭 제품으로 16세 이상의 간질 환자에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부분발작 치료의 부가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빔팻은 뇌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불활성화(slow inactivation)하는 작용을 통해 약효를 나타내는 약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뇌전증치료제로 연간 약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 중이다.
빔스크의 보험급여 등재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오리지널 제품 ‘빔팻’이 보험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전에 보험급여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UCB제약은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빔팻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보건당국과의 약가협상을 타결짓지 못해 빔팻을 비급여 약물로 판매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약가와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케미칼은 빔팻의 제네릭 제품을 개발해 허가를 받았고, 보건당국이 제시한 약가를 수용하면서 오리지널 제품보다 먼저 급여 등재가 이뤄졌다.
국내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70% 수준에서 보험상한가가 결정되고 1년 후에는 53.55%로 떨어진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에 따라 제네릭의 약가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빔스크는 약가산정 기준이 되는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가 없어 보건당국과의 약가협상을 통해 보험상한가가 결정됐다. 대체약물의 가중평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보험상한가가 결정됐다.
오리지널 제품이 비급여로 팔리는 상황에서 제네릭 제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기현상이 펼쳐진 셈이다. 오리지널 제품을 복용 중이던 환자들 입장에선 제네릭으로 약을 변경할 때 약값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됐다.
비급여로 판매되는 빔팻50mg의 경우 환자들은 약 2000원 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이 보험상한가 435원인 빔스크50mg을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복용하면 약값의 30%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빔스크50mg 1정당 환자부담금은 약 131원으로 계산된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6%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네릭의 급여등재로 환자들은 약값을 90% 이상 절감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다만 SK케미칼이 동일 성분 중 빔스크의 단독 급여 등재 지위를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환인제약, 현대약품, 명인제약, 한국콜마 등이 동일 성분의 제네릭 허가를 받은 상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동일성분 제품 중 처음으로 국내에서 급여 등재돼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가격경쟁력과 차별화된 제품 용량을 특장점으로 내세워 전국 병의원에서 빔스크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