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전체 헬스케어 시장은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의약품 분야가 전체 시장의 약 10%, 의료기기가 5%, 의료서비스 분야가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의료서비스 분야는 크게 병원서비스 50%, 치과치료 7%, 기타 요양원서비스 및 홈케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제일 규모가 큰 의료서비스 분야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의료서비스 시장은 아직도 각 국가별 규제가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Local business이기 때문이다. 의약품, 의료기기의 경우 미국 FDA, 유럽 CE 인증과 같은 허가 과정을 거친다면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던 한국에서 만들던 상관이 없다. 한가지의 제품을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어 전세계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선호하는 규모의 경제 달성과 큰 시장을 목표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의 경우 단일화된 제품과 달리 국가별로 다양한 자격 요건이 갖춰진 인력이 필요하므로 핵심 인력의 국가별 자격증,언어적인 문제 등으로 하나의 사업모델로 전세계를 공략하기 어렵다. 의사나 간호 인력이 의료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면허가 반드시 필요한데 의사 면허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다른 나라의 면허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제3국 사업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면허를 취득하여야 한다.
두번째 이유는 우리나라는 의사만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동남아 시장의 경우 병원운영 회사가 여러 개의 병원을 소유하고 경영하고 있으며 많은 병원 또는 병원 운영 기업이 증권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반면 우리 나라는 대부분의 병원이 의료재단이나 공익재단 형태로 운영되어 수익 창출을 통한 증권 시장 상장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분야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고 보며 어쩌면 앞에서 언급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하여 과거에 검토 되었던 사업모델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모델에 대해 생각해 보자.
헬스케어 MSO (Management Services Organization)
MSO는 병원의 경영과 관리업무를 대행해주는 조직으로 병원의 의료기능 이외의 모든 업무를 대행한다. MSO는 병원 의료 인력의 관리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치료에 대한 집중도를 높임으로써 병원의 간접비를 절감하여 병원 경영을 효율화 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하고 있다. 구매 업무에 있어서도 MSO는 병원이 각각 따로 수행하던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구매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병원건물 취득 및 임대,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s) 시스템 도입 및 운영 등 소형 병원이 진행하기 어려운 자산을 취득하여 제공함으로써 병원 운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위와 같은 장점 이외에도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와 같은 진료 과목에 따른 병원 운영 경험과 치료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병원 성장과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거에는 특정 진료분야의 스타 의료진의 개인적인 명성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통해 MSO의 규모를 확대하고 화장품과 같은 제품 매출을 확대함으로써 성장하려는 노력을 진행하였다.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 MSO의 성장성 확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매출 관련 사업모델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MSO가 추구하는 방향이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제한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화장품이나 치과용 임플란트 등의 소모품 공급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를 제안함으로써 활발한 투자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향후에는 매출 및 성장성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병원 해외진출 사업
병원의 해외 진출은 해외병원 인수를 통한 병원사업 진출과 국내 병원의 해외시장 직접 진출로 구분할 수 있다. 해외병원 인수 사업은 차병원의 미국 병원 인수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으나 병원 경영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매출 규모가 부족한 상황이며 국내에서는 병원 경영 회사의 상장 사례가 아직 없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사례는 국내 대기업의 중국 시장 직접 진출 사례도 있고 성형외과 병원, 건강검진 병원 의 해외진출 사례가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 시장의 경우 현재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빠른 증가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해외 병원 유치를 통해 중국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해결되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상황이다. 먼저, 중국 의료 시장은 아직도 매우 폐쇄적인 시장으로 한국의사 면허 소지자의 중국 병원 취업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병원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 의료진 특히 한국의 유명 의사의 직접 진료다. 그러나 언어적인 문제와 면허 문제로 한국 의사의 진료 행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병원 규모 확대에 따라 중국 의료진을 쓸 수 밖에 없으므로 성장성 확보가 어려운 단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의료 수요의 증가에 대한 대응과 선진 의료 기술 도입을 위해 현재 적극적으로 의료 특구를 새로 만들고 있으므로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의료 특구 입주를 통한 한국면허 소지자의 중국 취업 등에 대한 혜택 확인이 꼭 필요한 사항이다.
다음으로 확인할 내용은 중국 파트너의 의료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시장 평판이다. 초기 중국 진출 병원의 경우 중국 시장내 영향력이 낮은 기업과의 파트너링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한 이후 사업 규모 확장을 시도하였으나 자본 확충 및 지역적인 영업장 확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지속적인 영업장 확장을 통한 성장 없이는 상장이나 M&A가 불가능 하므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의료 시장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파트너의 시장 영향력이 사업 성공에 매우 큰 작용을 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중국 시장 직접 진출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는 규모가 있는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합작사를 설립한 이후 병원 설립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병원의 해외 진출은 중국 이외에도 동남아시아와 같이 의료서비스가 영리화되어 있는 지역진출을 통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 보이나 기본적으로 의료서비스 시장은 local business의 성격이 강하므로 현지 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병원 건축 및 의료기기 공급
앞에서 언급한 병원 해외 진출의 경우 대부분 전체 투자 규모가 200억원 미만의 소형 병원 설립을 통해 진출하는 것과 달리 이 전략은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 건립을 통해 해외 진출을 진행하는 경우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대형병원의 해외진출 사례가 보도되고 있으나 이는 병원을 위탁 경영하는 것에 불과하며 직접 투자에는 적절하지 않은 사업 모델이라고 판단한다. 이와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서남아시아나 터키를 포함한 EU 가입국의 의료 수요 충족을 위한 신규 병원 건립 사업은 사업 구조에 따라서는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는 신규 대형 병원의 건축 사업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건축 이후 의료장비의 공급, 운영 시스템 설치 및 운영, 인력 파견 및 병원 관리 등의 사업을 통해 단순한 병원 건축 사업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와 같은 사업의 경우도 담당 기업이 앞에서 언급한 MSO와 유사한 사업 형태로 운영될 것이므로 공급이 가능한 의료장비 및 운영시스템 의 범위를 확정하고 충분한 수익성 및 성장성의 확보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디지털 병원 시스템 공급 등과의 사업과 연계하여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매력도가 올라가는 사업이라고 판단한다.
의료서비스 분야는 현재까지는 각국의 다양한 규제 상황에 따라 세계화가 어려운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개발 도상국의 의료서비스 질적 개선에 대한 수요 충족과 선진국의 의료비 절감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같은 노력에 발 맞추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새로운 의료서비스 사업 모델의 개발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