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전세계적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대응방식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시작되고 있다.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전 미국식품의약국(FDA) 국장을 비롯해 미국 전문가그룹이 최근 미국 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들은 ‘국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National Coronavirus Response)’ 보고서를 통해 ▲1단계 전염을 늦추기 ▲2단계 다시 활동하기(reopening) ▲3단계 면역보호를 확립하고 제한을 없애기 ▲4단계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기 등을 제시했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집단면역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코로나19 대응법의 핵심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고틀립 전 국장을 비롯해 케이틀린 리버스(Caitlin Rivers)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 교수, 마크 맥러렌(Mark B. McClellan) 듀크-마르골리스 건강정책센터 임원, 로렌 실비스(Lauren Silivs) 템퍼스 부사장, 크리스탈 왓슨(Crystal Watson)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 교수 등이 참여했다.
◇1단계. 전염을 늦추기
고틀립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전염이 발생하고 있는만큼 전염을 늦추기 위한 1단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 대응의 목표는 ①신종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늦춰 코로나19 환자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②모든 유증상자 및 밀착 접촉자를 진단하기 위한 역량(capacity)을 늘리고 ③코로나 19환자와 다른 질병환자를 모두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한 보건시스템의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다. 학교를 닫고, 가능한 재택근무를 하고, 쇼핑몰이나 운동시설을 이용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전염을 최대한 늦춰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면서 대량 전염사태를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역량(capacity)을 늘리고, 코로나19의 진단 결과를 현장과 보건당국 간에 빠르게 공유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병원 내 환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병상, 인공호흡기, 중환자실 등 보건시스템의 역량 확보해야 하고, 의료 종사자들에게 장갑, N95 마스크, 개인 보호장구 등이 우선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코로나19 감염사례가 14일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지, 병원에 입원이 필요한 모든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지, 각 주(state)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각 주(state)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착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는지 여부다.
◇2단계. 다시 활동하기(Reopening)
연구팀은 2단계의 목표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조심스럽게 완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먼저 물리적 거리두기의 완화다. 학교를 열고 회사 출근을 재개하면서도 재택근무(teleworking),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 손을 씻는 것 등과 50명 이상의 모임을 자제하는 것은 유지한다.
다음은 취약 인구에 대한 특별관리다.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심장, 폐와 관련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지역 전염이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물리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세번째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가속화다. 고틀립은 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통해 오는 여름이나 가을 초에는 환자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사람을 식별하는 일이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혈청학적 검사(serological testin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더 이상 감염되지 않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다. 이런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은 ①직장으로 복귀하거나 ②보건시스템의 최전선에서 위험도 있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③자가격리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사회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 판단되면 FDA는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하고 3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3단계. 면역보호체계 확립과 제한 해제
고틀립은 3단계의 대응으로 국민들의 면역보호체계를 확립하고 모든 물리적 거리두기의 제한을 없애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3단계에 대한 대응으로 효과가 검증된 백신과 치료제의 대량 생산, 전세계적인 백신의 공급, 혈청학적 조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인구 비율의 확인 등을 제시했다.
고틀립은 자연 회복 또는 백신을 맞아 면역력이 생긴 인구 비율이 높아진다면 물리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 내에서 면역력을 가진 개체의 비율이 높을수록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바이러스의 전염이 제한되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는 바이러스의 전염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력이 없는 개체는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약 70%의 인구가 면역력을 가져야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틀립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주도해 인구내에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인구비율을 조사해야 한다고 적었다.
◇4단계. 다음 팬데믹을 위한 준비
4단계는 코로나19 다음에 대한 대응법이다. 고틀립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 출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수개월 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 비상시를 대비한 보건의료시스템의 확립과 의료기기의 확보, 정부의 정책 등 모든 것을 준비할 계획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고틀립 전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마지막 감염병이 아닐 것"이라면서 "우리는 다음 감염병의 위협에 대비해 과학과 공중보건, 예방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