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화이자(Pfizer)가 미국 GBT(Global Blood Therapeutics)를 54억달러에 인수했다.
대규모 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지 1주일 만의 첫 인수소식이다. 업계에서는 또다른 인수 또는 라이선스 딜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화이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화이자는 8일(현지시간) GBT의 주식을 주당 68.5달러, 총 54억달러 규모로 현금으로 사들이며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 화이자가 GBT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전 주가인 33.93달러(3일 기준)에 약 102%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다. 인수소식이 알려진 후 GBT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4.32% 오른 66.6달러로 마감했다.
이번 인수로 화이자는 GBT의 겸상적혈구 치료제 ‘옥스브리타(Oxbryta, voxelotor)’와 임상 2/3상 단계의 경구용 겸상적혈구 후보물질을 포함한 에셋을 추가했다.
옥스브리타는 지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가속승인받은 경구용 겸상적혈구증(Sickle cell disease, SCD) 치료제로, SCD의 원인으로 알려진 헤모글로빈 중합(polymerization)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옥스브리타는 지난해 1억9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GBT는 1일1회 경구용 차세대 SCD 약물인 ‘GBT021601’의 임상 2상과 P-셀렉틴(P-selectin) 항체 ‘인클라쿠맙(inclacumab)’의 임상 3상 2개를 진행하고 있다. 인클라쿠맙은 혈관폐쇄성위기(vaso-occlusive crisis, VOC) 빈도 감소 및 VOC로 인한 입원률을 낮추기 위한 분기별 치료제(quarterly treatment)로 개발되고 있다.
화이자는 이들 약물들이 승인될 경우 옥스브리타와 함께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겸상적혈구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헤모글로빈이 산소에 결합하지 않은 채 서로 중합돼 적혈구가 딱딱한 낫 모양으로 변형되는 질환이다. 낫 모양 적혈구는 모세혈관을 좁혀 혈류를 잘 흐르지 않게 하며, 산소결합력이 낮아 신체 내 산소 전달이 감소된다. 환자들은 빈혈, 피로감, 혈관손상, 혈관폐쇄위기(VOC) 등의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약 450만명이 SC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화이자 회장은 “겸상적혈구증은 가장 흔한 유전성 혈액질환 중 하나”라며 “GBT의 인력이 합류하게 된 것을 환영하며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 혈액학 분야에서 30년이상 쌓아온 지식과 임상역량을 통해 SCD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이자는 지난 5월 바이오헤븐(Biohaven Pharmaceutical)을 116억달러에 인수했다. 바이오헤븐은 편두통 예방 및 치료제 ‘누르텍(Nurtec ODT, rimegepant)’과 CGRP 저해제 ‘자베게판트(zavegepant)’ 등을 포함한 에셋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 화이자는 바이오헤븐을 인수하며 최대 60억달러의 매출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