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이 10개월만에 대형 신약 수출 계약을 터뜨렸다. 지난해 사노피, 얀센과 체결한 기술 수출에 이어 국내제약 역사상 3번째 규모의 대형 계약이다.
한미약품은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표적 항암신약 'HM95573'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계약금 8000만달러(약 900억원)와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달러(약 9100억원)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되면 판매에 따른 10% 이상의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95573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해 현재 임상1상시험 단계가 진행 중인 HM95573는 RAF 표적항암제로 분류된다. RAF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s, MAP kinase) 중의 하나로, 3개의 아형(A-RAF, B-RAF, C-RAF)으로 이뤄졌다. 3개의 아형 중 B-RAF, C-RAF가 암 발생과 깊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항암제 분야에서 축적된 역량을 보유한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제넨텍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HM95573이 암으로 고통받는 전세계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사브리 제넨텍 부사장은 “이번 협력에는 전세계 유망한 과학기술을 도입해 암 환자들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제넨텍의 신념이 반영돼 있다”며 “한미약품의 과학적 통찰력과 양사간 파트너십을 통해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activated protein kinases, MAP kinase)를 표적하는 혁신적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에는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기술도입 시 요구되는 미국 공정거래법(Hart-Scott-Rodino-Antitrust Improvements Act) 상의 승인절차를 포함한 미국 법 상의 계약 발효 절차가 적용되며, 올해 4분기 내 최종 승인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자이렙과의 내성표적 항암제 기술 계약 이후 약 10개월 만에 대형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만 총 6건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수출한 신약이 모두 상품화 단계에 도달하면 약 8조원 가량을 받는 조건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이은 기술 수출로 국내 제약역사에서 수출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다.
지난해 체결한 기술 수출 중 사노피와 체결한 39억유로(약 5조원) 규모의 계약이 국내 제약 역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11월 얀센과는 9억1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 계약이 두 번째 기록이다. 이번 제넨텍과의 계약은 2위 계약 규모에 500만달러(약 55억원) 부족하지만 국내 제약역사상 3위 규모의 신약 수출 계약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2분기까지 총 5632억원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