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생식세포종은 재생세포로부터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주로 고환에서 자주 발생한다. 고환암에서 가장 많은 질환인 고환 생식세포종(testicular germ cell tumor)을 진단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항암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는 항암치료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암이 계속 진행되거나 재발한다.
미국의 연구진이 고환 생식세포종의 항암제 내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미국 브로드연구소의 아마로 테일러-와이너(Amaro Taylor-Weiner), 반 알렌(Van Allen) 등 연구진은 고환 생식세포종 환자의 샘플을 이용해 유전 정보 분석을 통해 항암제 내성의 기전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일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고환 생식세포종이 왜 항암 치료에 민감한지, 또 왜 가끔 내성으로 인해 재발하는지는 현재까지 밝혀진게 없다. 연구진은 종양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내성의 이유 및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고환암 환자의 조직을 이용해서 DNA와 RNA 염기서열을 심층 분석한 결과를 통해 확인한 고환 생식세포종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유전적, 기능적 변화와 이 질환의 재발에 대한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공개했다. 또한 결과를 토대로 난소암과 같은 다른 희귀 생식세포종에 대한 메커니즘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환암 환자에게서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던 샘플 60여개를 이용, DNA와 RNA 염기서열의 유전적 기형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상피세포종에서는 12번 염색체 팔(chromosome arm)의 추가적 복제가 일어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암세포에서 광범위한 유전적 재배열이 발생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관찰했다. 많은 종류의 암에 대한 이전 연구들과 종합해서 분석을 시도한 결과,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여분의 유전자는 전체 유전자의 이중복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염색체 팔의 복제에서 분리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염색체의 결손 혹은 증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제 수 변이(copy number variation)’의 발생 패턴이 ‘이형접합성의 상호적 손실(Reciprocal loss of Heterozygosity; RLOH)’의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형접합성의 손실이란 양 쪽의 부모의 유전자로부터 각각 정보를 받아 유전체를 구성하는 것이 정상인데 한 쪽 부모의 유전 정보는 아예 삭제되고 한 쪽의 유전자만이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복제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고환 생식세포종에서 전이가 발생하기 전, 약제 내성이 발생한 환자의 샘플을 이용해 유전적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재발한 암세포에서 RLOH 현상의 계속적인 축적이 관찰됐으며 내성을 가진 종양의 RNA 염기서열을 분석했을 때, 줄기세포(stem cell)와 생식세포(germ cell)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다분화성 지표(pluripotency marker)’ 단백질의 발현이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고환 생식세포종에서 다분화 성능을 상실하고 좀더 성숙해진 암세포들이 화학적 항암제에 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후속연구를 통해 RLOH 현상이 나타나는 기전 연구와 내성이 발생하지 않는 치료 방법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논문의 공동 1저자인 아마로 테일러-와이너(Amaro Taylor-Weiner)는 “대부분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생식세포종은 사망자가 적게 발생하지만 그 대상 환자들에겐 비극이다. 우리의 실험은 생식세포종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암에서도 암의 진화와 약제 내성에 대해 연구하는데 유용한 임상적 모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