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신창민 기자
▲고영국 엔게인 대표
엔게인(ENGAIN)이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하지정맥류 치료용 의료기기 ‘베노클로(VENOCCLO)’의 허가임상 결과를 곧 앞두고 있다. 엔게인은 고분자(polymer) 소재를 이용한 전문의료기기 개발사로, 국내 간암 치료용 색전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 엔게인은 본격적인 매출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하지정맥류 치료기기의 허가임상을 올해 6월 완료하고, 오는 7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영국 엔게인 대표는 “베노클로는 기존의 수술, 레이저 방식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3세대 기술이며 접착성물질로 역류혈관을 폐색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또한 메드트로닉(Medtronic)의 경쟁제품과 비교해 유사한 효과와 함께 치료편의성, 가격 측면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베노클로는 성분물질인 N-부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N-butyl cyanoacrylate, NBCA) 화학기술 뿐 아니라 약물주입 장치에서도 R&D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중요한 요소인 약물의 정량조절도 용이해 경쟁제품보다 사용 편의성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며 “향후 베노클로를 시판하게 되면 메드트로닉 제품의 50~70% 수준의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노클로에 이은 주요 포트폴리오로, 엔게인은 근골격질환 통증치료용 색전재 에셋인 ‘킵자(KIPZA)’의 임상을 진행중이다. 킵자는 염증을 일으키는 미세혈관을 폐색시켜 통증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아직 시장에 나온 제품이 없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법이다. 고 대표는 “이 접근법은 2010년대에 일본 의사 오쿠노 유지(Okuno Yuji)가 처음으로 제안했으나 이제는 글로벌에서 시도하고 있는 전략”이라며 “이 기술은 색전재가 체내에서 녹는 시간에 대한 조절이 중요한 노하우이며, 녹지 않고 남아있으면 약물 자체가 2차통증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엔게인은 문제가 있는 혈관을 없애 통증을 줄이고 일정한 시간 안에 체내에서 사라지는 약물, 킵자를 개발했다. 이 분야에서는 우리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으며 올해초에 기존 통증치료제를 대조군으로 하는 무작위배정 비교임상(RCT)을 전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임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통증을 적응증으로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전까지는 없던 새로운 통증제거 기술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지난 2011년 12월 엔게인을 설립했다. 엔게인은 고분자 화학기술에 기반한 치료재료와 디바이스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전문의료기기를 개발 및 시판하고 있다. 회사는 설립 이후 6년여만인 지난 2018년 1월 회사의 첫 제품인 간암 치료용 색전제 ‘이지겔(EGgel)’의 시판에 성공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지겔은 국내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지겔에 이은 후속 제품으로 엔게인은 지난 2022년 의료용 접착제(medical adhesives)인 ‘이지글루(EGglue)’를 출시했다. 의료용 접착제는 수술, 성형 및 정형외과, 치과 등 의료영역에서 상처봉합, 지혈, 감염방지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지글루는 액체상태의 물질로, 상처의 수분과 만나 경화되면서 해당 부위를 접합하게 된다. 이지글루는 최근 정형외과(OS), 인터벤션(중재술, IR), 산부인과(OBGY) 등의 진료과에 걸쳐 8가지 적응증을 추가로 확대했다.
고 대표는 “이지글루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의료용 접착제이며 세계에서 4번째로 유럽 시판허가를 앞두고 있는 제품으로, 올해 여름에 유럽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기존의 유럽 시판허가 인증인 CE(Conformite Europeenne)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하는 CE MDR(Medical Device Regulation) 기준으로 허가검토를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지글루가 유럽 승인을 받게되면 CE MDR 인증을 받은 첫 의료용 접착제 제품이 되며 한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게인은 기존의 이지겔, 이지글루를 넘어 회사의 매출을 빠르게 성장시켜줄 것으로 기대하는 하지정맥류 치료기기와 통증색전술의 임상 및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엔게인은 올해말에서 내년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게인의 지난해 매출은 17억5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간암 치료용 색전제인 이지겔이 매출의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출시 마일스톤 임박’ 하지정맥류 치료기기
엔게인은 현재 핵심적인 2가지 후속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하지정맥류 치료기기(varicose veins treatment device)인 베노클로(VENOCCLO)는 지난 2023년 허가임상(pivotal)을 시작해 올해 6월말 국내 허가심사에 필요한 데이터 평가를 앞두고 있다. 엔게인은 임상완료와 함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오는 7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엔게인은 베노클로의 임상에서 경쟁제품인 메드트로닉의 하지정맥류 치료기기 ‘베나실(VenaSeal)’과 직접비교해 평가를 진행중이다. 베나실은 지난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7년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글로벌 의료기기분야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며, 베나실은 시아노아크릴레이트(NBCA) 기반의 유일한 3세대 하지정맥류 치료기기다. 실시간 초음파 영상으로 병변혈관 부위를 확인하면서, 카테터가 연결된 건(gun) 형태의 디바이스로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혈관 내에 분사한 이후 해당 부위를 눌러 혈관을 압착해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방식이다.
고 대표는 베노클로가 메드트로닉의 베나실과 비교해 동등 이상의 효능을 가지면서 안전성, 시술편의성, 가격 등 3가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안전성의 경우, 베노클로로 진행중인 허가임상에서 정맥염 유사 이상반응(phlebitis-like abnormal reaction, PLAR)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정맥염은 메드트로닉의 베나실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주요 부작용으로, 환자의 4~2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게인은 현재 메노클로 허가임상의 총 목표인원인 104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이미 6개월간의 추적관찰을 마친 상태다. 아직까지 베노클로 치료군에서 PLAR이나 중대한 이상반응(serious adverse event, SAE)은 발생하지 않았다. 고 대표는 "부작용 프로파일에서 우리의 제품이 더 우수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베노클로에서 염증 부작용을 개선한 이유로 시아노아크릴레이트의 물성 조절기술, 의료진의 시술편의성 등 2가지 요인을 꼽았다. 엔게인은 물성 조절기술과 디바이스(건) 기술로 의료진의 시술편의성을 높히는데 주력했다. 시술편의성이 높아지면 의료진이 더 수월하고 빠르게 시술을 마칠 수 있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고 대표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는 혈관에 주입한 이후 3~5분 이내에 굳어야 하며, 제 때 굳지 않고 더 오래 존재하게 될 경우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경쟁약물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베노클로는 화학기술을 통해 약물을 빠르게 굳힐 수 있는 핵심적인 차별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한 접착제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치료기기의 경우 정량을 투여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 때 시아노아크릴레이트의 물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성분을 너무 묽게 만들면 카테터에서 저절로 흘러내리고, 반대로 너무 되면 정해진 양을 정확하게 주입할 수 없게 된다. 고 대표는 “경쟁 제품의 경우 물성 조절에 한계가 있어 정량을 주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의료진으로부터 가장 빈번힌 지적사항”이라며 “기존 치료기기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료진과의 논의를 통해 베노클로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노클로는 물성조절과 함께, 디바이스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 기반의 3세대 기기는 약물 뿐만아니라 디바이스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베노클로는 건에서 토출량을 맞추는 기어기술과 함께, 액체가 뒤로 역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어장치를 추가로 넣어 정량을 주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역류 제어장치의 경우 베나실에는 없는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시술 편의성이 높아지면 시술속도가 빨라지며, 이는 환자의 예후와 염증 부작용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고 대표는 향후 베노클로의 가격을 경쟁제품의 50~70% 수준으로 출시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접착제를 이용한 3세대 기기는 팽창마취(tumescent anesthesia)가 필요하지 않고, 적은 통증 및 빠른 회복속도, 압박스타킹을 착용하지 않는 점 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수요가 높지만 의료기기의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다.
고 대표는 “메드트로닉 3세대 제품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환자들은 주로 2세대 기기인 고주파, 레이저 시술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하지정맥류 치료기기 시장규모는 1800억원 정도이며 이 중 고주파, 레이저 치료가 1200억원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제품의 가격을 고주파 쪽에 가깝게 출시하면 3세대 치료기기 뿐 아니라 고주파 시장까지 선점해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게인은 오는 6월까지 허가임상에서 식약처 승인에 필요한 전체 임상환자에 대한 6개월 추적관찰 평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엔게인은 이후에도 임상의 12개월까지의 장기 안전성,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올해 12월 최종평가를 마칠 계획이다.
글로벌 첫 시판 목표 ‘통증 색전술’
엔게인은 하지정맥류 치료기기에 이은 또다른 주요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근골격계 통증 치료용(musculoskeletal chronic pain treatment) 색전재인 킵자(KIPZA)의 임상을 진행중이다. 킵자는 젤라틴(gelatin) 소재의 색전재로, 통증을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을 폐쇄시키는 미세동맥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micro-embolization, TAME) 치료에 이용한다.
미세동맥색전술의 컨셉은 근골격질환에서 신생혈관(neovessel)이 형성되고, 이 새롭게 형성된 혈관을 통해 염증이 유지 및 강화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색전술로 이 비정상적인 혈관을 폐쇄해 제거하고, 이를통해 염증을 막아 통증을 치료하는 접근법이다. 앞서 일본의 오쿠노 유지 박사가 소규모 임상에서 미세동맥색전술로 통증을 낮추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방법이 처음 알려지게 됐다.
당시 오쿠노 박사는 항생제인 ‘이미페넴(imipenem)’과 조영제(contrast agent)를 혼합해 결정형태로 만들어 혈관을 폐쇄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인해 현재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미국,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에서 통증치료용 색전재 개발이 시도되고 있으나 24시간 이내에 분해될 수 있는 안전한 물질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색전재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면 통증과 허혈성 괴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게인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의 젤라틴 기반 분해성 색전재 기술을 이용했다. 젤라틴의 화학적가교(cross-linking)를 조절해 체내에서 24시간 안에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색전재인 킵자를 개발한 것이다. 현재 엔게인이 시판하고 있는 간암치료용 색전재인 이지겔도 젤라틴 기반의 물질로, 젤라틴은 이미 임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소재이다. 이지겔의 경우 체내에서 분해되는데 4~6주가 소요되지만, 킵자는 가교조절에 따라 2~6시간안에 녹아서 없어지게 된다.
통증색전술은 아직 시장에 나온 제품이 없는 ‘새로운 의료행위’로 신의료기술로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엔게인은 현재 킵자로 대조군비교 임상(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을 진행하고 있다. 엔게인은 킵자의 RCT 임상에서 무릎 골관절염(knee osteoarthritis) 환자를 대상으로 비수술적 약물치료 등의 기존의 표준치료제를 비교평가 하고 있으며, 모집대상은 표준치료제를 3개월이상 사용해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다. 총 96명의 환자를 목표 평가대상자로 하고 있으며 임상은 건국대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렇게 대조군과 1:1로 비교평가하는 임상은 엔게인이 최초로, 글로벌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또한 아직 분해성 색전재를 개발하는 경쟁사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내년까지 RCT 임상을 완료하고 내년말이나 2027년 초에 근골격계 통증 색전재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킵자가 출시에 성공한다면 엔게인의 매출은 한해 1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게인 제품 포트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