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국내 연구팀이 자폐증에서 새로운 분자타깃을 겨냥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약물을 발굴했다. 세계 최초의 기전 기반 자폐증 치료제라는 설명이다.
신찬영 건국대 교수는 1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17년 제 1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Piperazine-1-carboxamidine(PZC)을 활용한 자폐 범주성 장애예방 및 치료제’란 주제로 발표했다.
자폐증은 중추신경계 정신질환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손상, 반복행동, 간질 등 다양한 동반증상을 수반한다. 신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자폐증 유병률이 2배 정도 증가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된다”며 “2014년에 CDC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68명 중 1명이 자폐질환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연구자 임상을 포함해 100여건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자폐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이 처방되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정신질환에서 사용되는 약물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자폐질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교수는 “자폐증을 일으키는 명확한 분자기전이 밝혀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 임상 진행약물로 Arbaclofen, Atomoxetine, Memantine/Hydrochloride 등이 있는데 모두 다른 정신질환에서 쓰이고 있는 약물로 증상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분자기전에 근거한 치료제개발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
신 교수는 이러한 의료적 미충족수요군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자폐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분자표적을 발굴, 이를 겨냥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현재 이 약물은 국내 특허를 등록했으며, PCT를 출원한 상태다.
신 교수는 자폐증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흥분성/억제성(Excitatory/inhibitory) 균형이 깨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뇌의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는데, 크게 신호를 전달하는 후속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흥분성 신경전달과 이를 억제하는 억제성 신호전달 과정이 있다. 정상적인 신경전달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흥분성/억제성 신경전달이 균형을 이뤄야 되는데, 균형이 깨질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E/I 불균형은 자폐증 뿐만 아니라 정신분열증에서도 주요 병리원인으로 꼽힌다.
이제까지 개발됐던 약물 중 하나는 흥분성 신경전달에 핵심인자인 NMDA 수용체를 억제하는 후보물질이었다. 그러나 부작용 때문에 번번이 임상에서 실패했다. 신 교수가 착안한 아이디어는 간접적으로 ‘신경조절자(Neuromodulator)’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찾은 표적이 시냅스 전/후에서 흥분성 신경전달을 조절하는 신경조절인자인 아그마틴(Agmatine)이다.
신 교수는 “우리는 아그마틴을 간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표적을 발굴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뇌에서 아그마틴의 대사에 관여하는 아그마틴 분해효소인 아그마티네이즈(agmainase)를 저해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실제 정신질환에서는 표적물질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우울증, 파킨슨병 등에서 대사효소를 저해하는 방법이 쓰인다.
신 교수는 아그마티네이즈를 저해하는 약물인 PZC(Piperazine-1-carboxamidine)’을 소개했다. 높은 약물 특이성을 가지며, 경구투여가 가능한 약물이다. 그는 “PZC를 동물모델에 25~250mg/Kg까지 투여했을 때 독성문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쥐에 PZC를 세포주에 처리한 결과 아그마틴의 농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또한 3개 이상의 자폐증 모델에서 저해제를 투여함에 따라 사회성(social preference index), 강박적 행동양상을 보이는 상동작용(self-grooming) 등 자폐 관련 행동이 개선됨을 증명했다. 신 교수는 “현재 경련행동에서 약물효능을 확인하고 있다”며 “자폐증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ERK의 과도한 인산화가 개선되었고, 실제 관련 수용체의 대사체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발굴한 약물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신 교수는 “PZC는 자폐증에서 최초로 기전에 근거한 치료제다”며 “이외에도 아그마틴은 물질 그 자체로 신경보호, 신경재생, NOS 생성억제 등 다중타깃(multi-target)을 겨냥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향후 적응증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