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면역항암제에 저항성 혹은 반응성을 갖는 유전자가 규명됐다.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는 일부 환자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반응성이 낮고 내성이 높다는 치명적 한계를 가지는데 이를 극복할 단서를 찾은 것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게놈스케일 크리스퍼 기술기반 스크리닝을 이용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지난 7일 네이처(Nature)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12만 3000개의 가이드 RNA로 구성된 크리스퍼 기술 기반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흑색종 세포주에서 각각의 유전자를 없애거나(Knock out) 발현되지 않도록 했다. 그 후 세포독성을 띠는 CD8+ T세포의 작용에 대한 암세포의 반응을 통해 T세포에 의한 종양 용해를 촉진시키는 유전자 544개를 발견했다. 이들은 인터페론-감마 신호전달, 세포용해 활성, 항원제시 등과 관련된 유전자였다.
연구진은 캔서 게놈 아틀라스에서 받은 1만 1000명의 환자 암세포에서 T세포에 의한 종양 용해 활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스크리닝을 통해 동정한 유전자 중에 돌연변이가 생겨 단백질 기능을 못하자 T세포에 대한 암세포의 반응성이 낮았다. 즉, 스크리닝 결과 T세포에 반응하는데 필요하다고 밝혀진 유전자가 실제 환자 샘플에서도 종양 용해 활성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CTLA4 항체인 ‘여보이’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도 스크리닝에서 발견된 몇 가지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그 중에 하나가 아펠린 수용체(apelin receptor, APLNR) 단백질을 코딩하는 APLNR 유전자이다. 실제로 면역항암제에 반응성이 없는 환자의 암세포를 조사해보니 APLNR에 돌연변이가 생겨 아펠린 수용체 단백질이 기능하지 않았고 대조군에 비해 면역관문억제제와 면역세포치료제에 저항성을 보였다.
그들은 APLNR이 종양에서 T세포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인터페론-γ의 활성을 조절하는 인산화효소인 JAK1와 결합한다는 분자기전도 밝혔다. 즉, APLNR은 암세포에서 T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신호전달을 조절하며 면역항암제의 반응성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 연구는 크리스퍼 기술 기반 넉아웃 라이브러리를 통해 면역항암제의 반응성을 높이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밝혀내고, 암세포가 T세포와 반응하는 분자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국립암연구소 레스티포(Restifo) 박사는 “면역 요법에 대한 내성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연구는 환자의 반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