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결핵 백신(TB vaccines) 개발은 그동안 T세포와 같은 적응면역 체계를 자극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천면역 체계에 대한 연구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결핵 퇴치를 위해 선천 면역세포를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하거나 훈련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결핵 백신인 BCG(Bacillus Calmette–Guérin)는 일부 환자에만 효과를 나타내고, 임상진행 중인 결핵 백신 후보물질도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에 한계점을 부딪혔다. 점차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이 진화하면서 결핵 내성 균주가 생성되기 때문에 백신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McGill 대학 연구팀은 BCG 백신을 마우스 골수에 투여해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s, HSC)를 리프로그램함으로써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BCG가 골수에 접종되면 조혈모세포와 다능성 전구세포(multipotent progenitors, MPP)의 유전적 발현 양상을 변화시켜 국소적으로 줄기세포가 증식하고 골수형성을 촉진시킨다.
놀라운 점은 BCG에 의해 훈련된 조혈모세포가 후성 유전학적 변화가 유도된 대식세포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변형, 훈련된 대식세포가 원래 골수 유래 대식세포(BMDM)보다 폐렴성 결핵균 감염에 탁월한 방어효과를 냈다.
연구진은 parabiotic 및 유전자 변형 키메라 마우스 실험을 통해, BCG-유도 조혈모세포의 리프로그램에 의해 생성된 훈련된 대식세포가 생체 내에서 지속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조혈모줄기세포를 표적해 백신개발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BCG Educates Hematopoietic Stem Cells to Generate Protective Innate Immunity against Tuberculosis”라는 제목으로 지난 11일 Cell에 게재됐다.
원래 선천면역체계는 골수 유래 줄기세포를 통해 대식세포를 생성하고, 대식세포가 결핵을 일으키는 Mycobacterium tuberculosis(Mtb)와 같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Mtb 박테리아는 대식세포의 살상 프로그램을 교묘하게 피해 자신의 성장과 복제에 사용하면서 기존 결핵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대식세포로 결핵을 퇴치하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BCG를 마우스에 접종하는 일련의 실험과정에서, BCG에 의해 골수 줄기세포가 TB를 죽이는 대식세포를 분화, 생성하도록 교육(educate) 또는 리프로그램(reprogram)되는 것을 관찰했다. T세포와 같은 적응면역을 건드리는 기존의 백신 개발 방법 대신 대식세포와 같은 선천면역을 일깨워 결핵을 퇴치한다는 새로운 접근인 셈이다.
Divangahi McGill 대학 교수는 “우리는 BCG가 줄기세포를 교육시켜 TB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선천 면역세포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관찰했지만, 아직 정확한 분자기전은 모르기 때문에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면서“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이 결핵 및 다른 전염병 질환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