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장내미생물과 뇌질환의 연결고리를 밝힌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낸 대사산물이 중추신경계의 미세아교세포에 영향을 줘 염증을 조절하는 원리를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 브리검 & 위민스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BWH) 연구진은 미세아교세포가 성상교세포를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 시키는 신호기전에서 장내 미생물의 역할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수록됐다 .
장과 뇌는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데 그 매개체가 장내미생물이라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장내미생물-장-뇌 축(Microbiota-Gut-Brain Axis)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장내미생물과 대사산물은 신경, 호르몬, 면역계 등에 영향을 미쳐 뇌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BWH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이 중추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미세아교세포는 체내 면역체계에서 플라크, 손상받은 세포나 수명이 다한 물질을 제거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세아교세포는 동시에 성상세포의 신경독소작용을 유도하는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독소는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신경계 병변의 원인이 된다.
이번 연구는 장내미생물 대사산물이 어떻게 미세아교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해서 염증을 예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장내미생물이 칠면조 등의 음식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을 분해할 때 만들어지는 대사 산물들이 미세아교세포에 영향을 미쳐 뇌의 염증을 제한하는 것이다.
실험적 자가면역 뇌척수염(Experimental Autoimmune Encephalomyelitis, EAE) 마우스모델에서 미세아교세포가 만들어내는 TGF-α와 VEGF-B는 성상교세포의 병리적 활동을 조절한다. TGF-α는 성상교세포의 ErbB1 수용체를 통해 성상교세포의 활성과 병기 진행을 억제하는데 VEGF-B는 FLT-1 신호체계를 통해 성상교세포를 활성해 질병을 악화시켰다.
연구진은 질병 마우스모델에서 장내미생물과 식이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그 결과 트립토판의 분해로 인해 생성된 물질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신경퇴화를 억제하는 항-염증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들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뇌 샘플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BWH의 프란시스코 퀸타나(Francisco Quintana)박사와 연구진은 "CD14+세포에서의 TGF-alpha와 VEGF-B 발현이 다발성경화증 병소 단계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체내 공생생물이 중추신경계에 머물고 있는 세포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번 결과를 통해 명확해졌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퀸타나 박사와 연구진은 새롭게 밝혀진 신호체계와 관련한 추가적인 물질 규명과 저분자화합물의 최적화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다른 신경병증 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한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