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윤소영 기자
캐리오팜(Karyopharm therapeutics)이 XPO1 저해제 '엑스포비오(Xpovio®, selinexor)'의 자궁내막암 임상3상에서 아슬아슬한 탑라인결과를 내놓으며 논란을 가중시켰다.
엑스포비오는 앞서 다발성골수종(MM) 임상에 참여한 모든 환자에게 부작용을 내고, 60%의 환자에게는 심각한 부작용(SAE)을 유발하는 결과를 내며 안전성 이슈로 논란이 됐던 약물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로운 치료옵션 제공을 위해 엑스포비오를 다발성골수종,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했지만 여전히 엑스포비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이번 캐리오팜이 자궁내막암 임상3상 탑라인결과 발표에서 구체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다는 업계의 분위기다. 여기에 통계적 유의성을 가까스로 충족(p=0.0486)하는데 그친 무진행생존기간(PFS) 결과는 엑스포비오의 효능마저 의심이 들게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캐리오팜은 이번 임상3상에서 1차종결점을 만족한 결과를 냈음에도, 발표 후 주가는 전날대비 약 20% 하락했다.
캐리오팜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엑스포비오로 진행한 자궁내막암 임상3상 탑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캐리오팜은 엑스포비오를 263명의 진행성/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 대상, 화학요법 후 효능유지를 위한 치료제 용도로 임상3상을 진행했다(NCT03555422). 임상에서 환자들은 엑스포비오 80mg 혹은 위약을 1주일에 1번 경구로 복용했다.
발표에 따르면 임상의 1차종결점으로 설정한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은 엑스포비오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5.7개월, 3.8개월로 나타나면서 엑스포비아가 위약 대비 PFS를 50% 상승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p=0.0486). 위험비율(hazard ratio, HR)은 0.70으로 계산됐으며 이는 엑스포비아가 위약 대비 병의 진행이나 사망위험을 30% 낮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 12주차 관해(remission)를 달성한 환자는 엑스포비오군에서 35.8%, 위약군에서 25.8%로 나타나며 위약대비 엑스포비오에서 관해율이 37% 높게 나타났다. 엑스포비오는 전반적으로 좋은 내약성을 보였으며 안전성 측면에서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치료관련으로 임상을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10.5%였다.
그 외에도 캐리오팜은 변이가 없는 야생형(WT) p53을 가진 서브그룹 환자(103명)를 대상으로도 PFS를 분석했다. 그 결과 PFS 중간값은 엑스포비오군에서 13.7개월, 위약군에서는 3.7개월로 나타나며 엑스포비오는 위약 대비 질병의 진행 및 사망위험을 62% 감소시켰다(HR 0.38, p=0.0006). 캐리오팜은 엑스포비오가 종양억제단백질 중 하나인 p53를 핵 속에 축적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생형 p53를 가진 환자에게서 엑스포비오가 더 좋은 효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캐리오팜은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 이유로는 구체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엑스포비오는 다발성골수종(MM),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지만 임상에서 안전성 이슈가 지속됨에 따라 안전성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엑스포비오의 대표적인 안전성 결과로 단일군(single arm) 임상으로 진행한 다발성골수종 임상2상(NCT02336815) 결과를 들 수 있다. 해당 임상에서는 엑스포비오를 투약한 모든 환자들에게서 치료관련 부작용(TEAE)이 나타났으며 60.2%의 환자에게서는 심각한 부작용(SAE)이 나타났다. 그 외에도 88.6%의 환자들은 부작용으로 투약용량을 조절해야했으며, 28.5%의 환자들은 부작용으로 임상을 중단했고, 10명의 환자는 임상에서 치료관련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해당 임상에서 효능은 위약군이 없어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웠고, 전체반응률(ORR)도 25.4%에 그치는 등 확실한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캐리오팜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으며, FDA 자문위원회는 8:5로 엑스포비오의 승인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는 다발성골수종의 새로운 치료옵션 제공을 위해 엑스포비오를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했다. 그 후 캐리오팜은 임상3상(NCT03110562)을 통해 엑스포비오가 위약대비 PFS를 개선시킨다는 것을 보여줬(13.93개월 vs 9.46개월)지만 여전히 엑스포비오군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는 51.79%로 나타나는 등 안전성 이슈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이와같이 안전성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자궁내막암 임상3상 결과는 회사는 물론 시장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탑라인결과 발표에서 1차종결점으로 설정한 PFS의 p-밸류(p-value)를 간신히 만족시켰다는 점, 전체생존기간(OS) 등 항암제 개발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다른 지표들에 대한 결과가 없다는 점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캐리오팜은 올해 상반기에 학회에서 이번 자궁내막암 임상의 전체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보충신약허가신청서(sNDA)도 올해 상반기 내에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샤론 샤참(Sharon Shacham) 캐리오팜 CSO는 “임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PFS의 개선을 확인해 기쁘다”며 “만약 승인이 된다면 엑스포비오는 진행성/재발성 자궁내막암의 화학요법 후 유지를 위한 첫 치료제가 된다”고 말했다.
엑스포비오는 XPO1(Exoprotein1) 저해 기전의 저분자화합물이다. XPO1은 핵 밖으로 여러 물질들을 수송하는 단백질로, 핵 속에서 암세포로의 성장을 막는 종양억제단백질(p53, FOXO3a, IκB, BRCA1 등), 성장조절인자, 종양유발 mRNA(c-Myc, cyclin D, Bcl-2, Bcl-6 등) 등을 핵 밖으로 운송한다. 다양한 종양에서 XPO1이 과발현되어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캐리오팜은 XPO1이 종양발생과 관련된 단백질을 핵 밖으로 수송하지 못하게 하는 기전의 약물인 엑스포비오를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