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고려대의료원이 수행하는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의 연구 진행상황이 공개됐다. 정밀의료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확립하고 이를 활용한 암 진단·치료법을 개발, 확산하기 위한 국가전략프로젝트다.
김열홍 K-MASTER 사업단장(고려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지난 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2018'의 정밀의료 세션에서 국내 임상현장에서 정밀의료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국가차원에서 진행하는 K-MASTER 사업을 소개했다.
K-MASTER 사업단은 고려대의료원의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과 함께 정부가 5년간 총 631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ICT기술을 활용,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김열홍 교수가 총 사업단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정밀의료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범사회적으로 정밀의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과 정부차원의 서포트 지원, 규제의 최적화와 좋은 품질의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MASTER는 정밀의료를 기반으로 새로운 암 진단,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노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특정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점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K-MASTER 사업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3개의 회사에서 제작한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MASTER 사업단에서는 조직검사 NGS 패널은 서울대병원에서 개발한 것과 삼성 유전체 연구소 패널을 사용하고, 액체생검 NGS 패널의 경우 마크로젠을 이용한다. 오는 10월부터는 사업단에서 자체 개발한 패널을 사용해서 DNA, RNA와 모든 유전자 변이를 찾는 방향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해당 사업은 크게 유전자 스크리닝과 임상시험, 암 데이터 관리 3가지 측면에서 총 10개의 세부목표를 세워 진행하고 있다. 1기 사업 기간 동안 1만명의 환자의 암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총 49개의 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어느 곳에서 검사를 진행하더라도 센터에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 현재까지 900건의 유전체 샘플을 분석해 1000건 돌파가 임박했다.
김 단장은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따라서 임상 연구 교수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하는 임상 연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K-MASTER 사업단은 이렇게 수집한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하거나 해당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사업단이 개발 중인 '매치-마스터(MATCH-MASTER) 시스템'은 환자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에 알려진 타깃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변이와 이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의 국내외 임상 계획과 일정을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곧 오픈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정밀의료 기술을 키우고 고도화하기 위한 K-MASTER 사업은 보다 정확한 NGS 패널을 개발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시스템의 오픈 플랫폼으로 구축한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들을 활용해 치료제의 개발 및 발굴, 확장성을 넓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진이 유전체 검사에 유보적인 이유는?
임상 의사 출신인 신영수 지노닥터 대표는 세션의 연자로 나서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임상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의료진들의 유전체 검사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정적이고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 이유는 업체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검사 결과의 부정확성과 과연 과학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 서구인의 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 등이 있다. 아직까지 한국인의 유전체에 대한 분석 데이터는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의 의료진들이지만, 이들이 연구에 참여하면 질병과 유전정보의 상관관계에 대해 파악하기 쉽고 환자와 상담 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고 역학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연구자들과 의료진 간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임상에서 적용 중인 유전체 서비스는 비침습 산전검사(NIPT)와 신생아 유전자 검사, 암질환 예측 서비스가 있다. 신 대표는 “이미 비침습 산점검사와 신생아 유전자 검사는 대중적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는 서비스다. 암 질환 예측 검사는 세계적인 트렌드지만 아직까지 규제 등의 허들이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유전체 분석 암 질환 예측 검사를 하면 위험도가 높은 암 종을 예측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스크리닝 검사를 줄이고 위험도가 높은 부분의 검사에 집중함으로써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질환이 발생한 뒤 환자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에도 유전체 분석 정보가 중요한 근거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치료 예후나 재발 가능성 등을 의료진이 예측할 수 있어 절제나 화학적 치료, 방사선 치료 등 치료적 결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가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는 비전문가인 환자가 본인의 치료법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수 대표는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유전체 분석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정확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 또 국제 학술지 등에 발표되는 등 과학적인 측면에서 검증된 연구 데이터도 더 많이 축적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데이터와 기술의 정밀화, 표준화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