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유한양행(Yuhan)의 3세대 EGFR TKI ‘레이저티닙(lazertinib, 국내 제품명 렉라자)’이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받아내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FDA 우선심사에 들어간 이후, 당초 예상보다 이틀 일찍 FDA 시판허가 결정이 이뤄졌다. 레이저티닙과 EGFRxcMET 이중항체 ‘아미반타맙(amivantamab, 제품명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화학항암제 없이(chemotherapy-free)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준치료제인 ‘타그리소’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늘린 최초의 1차치료제 옵션이 됐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Oscotec)의 자회사인 제노스코(Genosco)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했으며, 같은해 말 임상1/2상에 들어간 지 9년만의 성과이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1/2상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11월 J&J(Johnson & Johnson) 얀센 파마슈티컬에 레이저티닙을 라이선스아웃했다. 판권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1월 먼저 시판허가를 받았다.
앞으로 다가올 추가 마일스톤으로 J&J는 최근, FDA로부터 아미반타맙의 피하투여(SC)의 우선검토를 지정받아 절차가 진행중이다. J&J가 EGFR 폐암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며, 이번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투여 시판허가 소식은 다가올 SC 제형 시판허가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J&J는 20일(현지시간) FDA로부터 EGFR 엑손19 결실(exon 19 deletion) 또는 엑손21 L858R 치환(exon 21 L858R substitution) 변이를 가진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1차치료제로 레이저티닙과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의 시판허가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레이저티닙의 미국내 상품명은 ‘라즈클루즈(LAZCLUZE™)’로 정해졌다.
이번 시판허가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 세팅에서 레이저티닙과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과 타그리소를 직접 비교한 MARIPOSA 임상3상 결과가 바탕이 됐다.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대비 환자의 질병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 이는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대비 환자의 PFS를 9개월(23.7개월 vs 16.6개월) 늘린 결과이며, 약물반응 지속기간(DoR)도 9개월 더 길었다(25.8개월 vs 16.8개월).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TP53 변이, 뇌 전이, 간 전이 등이 있는 환자에게서도 레이저티닙 병용투여는 타그리소 대비 일관된 PFS 이점을 보였다.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추적중이다.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준치료제 TKI 단독투여의 5년후 환자 생존율을 20%가 안 되며, TKI 단독치료는 후천성 저항성 메커니즘(acquired resistance mechanism)으로 인해 추가 치료를 어렵게 한다.
제니퍼 타우버트(Jennifer Taubert)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Innovative Medicine) 회장은 “30년 이상 쌓은 종양학 분야의 혁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생존율(survival rate)이 정체된 곳에서 ‘best-in-class' 치료제를 구축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리브리반트와 라즈쿨루즈는 1차치료제 세팅에서 새로운 기준을 확립했으며, 화학항암제가 없는 치료요법을 환자에게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FDA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R&D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첫 결실을 맺게 됐다. 렉라자는 지난 2023년 6월 국내에서 1차치료제로 허가확대된 이후 6개월만에 건강보험 급여적용을 받았으며, 올해 1분기 처방액 200여억원을 달성했다. 연내 1000억원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FDA에서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 시판허가는 승인심사를 앞두고 있는 유럽, 중국, 일본등 허가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렉라자의 FDA의 승인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유한양행 R&D투자의 유의미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승인이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이 되어 R&D투자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Global Top 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