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희귀 내분비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스프루스 바이오사이언스(Spruce Biosciences)가 선천성 부신과형성증(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CAH) 환자에게 ‘틸다서폰트(tildacerfont)’ 400mg을 12주간 투여한 임상2a상(NCT03687242) 결과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스프루스가 이번에 발표한 임상2a상은 틸다서폰트의 안전성, 내약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으며, 선천성 부신과형성증 환자에게서 높은 발현량을 보이는 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 17α-수산화프로게스테론(17α-hydroxyprogesterone, 17-OHP), 안드로스테네디온(androstenedione, A4) 수치 변화도 측정했다.
12주차에 진행된 호르몬 수치검사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측정한 기준점보다 부신피질자극호르몬 74%, 17α-수산화프로게스테론 82%, 안드로스테네디온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던 환자의 60%, 안드로스테네디온이 증가했던 환자의 40%는 틸다서폰트를 투여한 지 12주 차에 각각의 호르몬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왔다. Grade 3 이상의 부작용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1차 종결점이었던 안전성, 내약성도 충족했다고 스프루스는 설명했다. 이번 임상2a상의 자세한 결과는 향후 학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선천성 부신과형성증은 비정상적으로 크게 발달한 부신에서 성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이 과다 분비되는 질환이다. 선천성 부신과형성증을 앓는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안드로겐에 노출돼 비정상적인 성적 발달단계를 보이며, 4~6세의 유아기부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신의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알도스테론(aldosterone), 코르티솔(cortisol)이 결핍 증상도 동반된다. 알도스테론 부족으로 탈수증, 저나트륨혈증, 저칼륨혈증 등에 의한 쇼크가 발생하며, 코르티솔 부족으로 저혈당 쇼크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선천성 부신과형성증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환자는 위독한 상태에 이른다.
선천성 부신과형성증은 상염색체 열성 형질로 유전돼 나타난다.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따라 21-수산화효소 결핍(21-hydroxylase deficiency, 6p21.3), 11-베타 수산화효소 결핍(11-beta hydroxylase deficiency, 8q21-22), 3-베타 수산화-스테로이드 탈수소효소 결핍(3-beta hydroxy-steroid dehydrogenase, 1p13.1), 지질성 부신 과형성증(lipoid adrenal hyperplasia, 8p11.2, 15q23-q24) 등으로 분류된다. 선천성 부신과형성증 환자 중 90% 이상이 21-수산화효소 결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1-수산화효소 결핍을 가진 선천성 부신과형성증 환자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 axis)에서 호르몬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21-수산화효소는 17α-수산화프로게스테론에서 코르티솔을 합성하는 데 관여한다. 21-수산화효소가 결핍되면 코르티솔 합성이 억제되면서, 코르티솔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억제 기전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 합성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증가로 부신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면서, 호르몬 불균형이 초래된다.
틸다서폰트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 형성을 촉진하는 CRF1 수용체(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receptor 1)를 억제한다. CRF1 수용체를 억제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 합성이 줄어들면 선천성 부신과형성증을 초래한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