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피츠버그대학 연구진이 체내에서 활성산소가 많아진 산화스트레스 상황에서 텔로미어의 단축이 발생하는 과정과 관련해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 이 새로운 발견은 이번 달 '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에 발표됐다.
염색체의 양 끝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Telomere)는 손상으로 인한 유전자 퇴화와 변형을 막는 일종의 보호캡 역할을 한다. 그런데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조금씩 길이가 짧아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지나치게 짧아진 텔로미어는 유전자 보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한 손상이 축적되면 세포는 분열과 증식을 멈추고 노화와 사멸의 순서를 밟게 된다. 이러한 세포의 사멸은 조직의 기능 저하와 더불어 많은 노화 관련 질병으로 발전된다.
반면 대부분의 암세포들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시키는 텔로머라아제 효소의 발현이 증가돼 있고, 이로 인해 무한한 증식이 가능하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산화스트레스 상태의 세포 안에는 활성산소로 알려진 손상 유도물질(damaged molecule)이 축적되는데 이 것은 텔로미어의 단축을 가속화 시킨다.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은 노화 프로세스의 작용 요인일 뿐 아니라 체내에서 발생하는 염증의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피츠버그 연구진의 목표는 산화 스트레스 상황에서 텔로미어가 손상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산화적 손상이 텔로머라아제가 제 기능을 못하도록 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산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텔로머라아제의 텔로미어 연장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연구진들은 텔로머라아제가 텔로미어의 끝부분에 DNA 선구물질(precursor molecule)을 추가하지만, 그 선구물질이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돼 DNA를 구성하기 위한 물질로 전환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롭게 밝혀진 결과는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텔로미어 단축 메커니즘은 텔로미어나 텔로머라아제 자체의 손상이 원인이 아니라 DNA 선구물질의 손상 때문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피츠버그 대학교의 암 연구소 일원이자 이번 논문의 제 1저자인 패트리샤 옵레스코 (Patricia opresko) 박사는 "우리의 새로운 발견은 건강한 세포의 텔로미어를 보존하고 감염, 노화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반대로 암 세포의 증식을 막기 위해 특이적으로 암 세포의 텔로미어를 제거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옵레스코 박사 연구팀은 카네기 멜론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마셜 브루션즈(Marcel Bruchez)가 개발한 텔로미어에 선택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기계를 이용해 산화스트레스가 텔로미어에 가져오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옵레스코 박사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텔로미어가 손상 받을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손상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 링크>피츠버그대학교 UPMC Media Relations
한편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텔로미어를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의 경우에는 텔로머라아제의 구성요소 단백질 hTERT를 타깃으로 정해 펩타이드를 이용한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암제 GV1001을 개발 중이다. GV1001은 췌장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고 전립선비대증,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코미팜은 텔로미어 길이가 짧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비소계 항암제 '코미녹스'의 임상을 진행중이다. 암세포의 텔로미어에 직접 결합해 소실을 유도하는 코미녹스는 전임상의 동물 실험에서 뛰어난 항암 효과를 보였고 현재 미국에서 폐암 적응증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호주에서는 지난 9월 신약 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