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오는 4월 11일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몇 주 앞두고 마침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파킨슨병 신약을 승인했다.
FDA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추신경계 전문 제약기업인 ‘뉴론 파마슈티컬스(Newron Pharmaceuticals)’社가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제인 ‘자다고(Xadago; 성분명 Safinamide)’를 표준요법인 레보도파/카르비도파와 병용하는 보조치료제로 승인했다.
‘자다고(사피나마이드)’는 지난 2015년 2월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독일, 이태리, 스페인,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출시됐지만, 미국에서는 2차례나 신약허가신청(NDA) 접수 및 승인단계에서 거절됐다. 신약허가신청이 받아들여진 후에 야기될 수 있는 잠재적인 약물 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 손상으로 도파민의 분비량이 감소해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는 운동신경에 영향을 미쳐 떨림, 경직, 운동느림,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현재 표준치료제로 사용되는 ‘레보도파(L-DOPA)는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공급해주기 위한 도파민 전구물질로 강력한 증상완화제이다. 1960년대 개발되어 현재까지 파킨슨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레보도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다. 치료 초반에는 도파민의 양이 증가해 효과가 높은 편이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효능 지속시간이 줄어 들어 오프타임(환자가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또한, 장기복용시 이상운동증(dyskinesia)을 야기해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다.
이러한 어려움을 ‘자다고(사피나마이드)’가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레보도파 복용 환자 64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사피나마이드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오프타임시간이 줄어들어 약효 지속시간이 연장되었다. 또한, 사피나마이드 투여 전보다 약효기간 동안 평가된 운동기능측정에서 더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이는 549명의 레보도파 복용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차 임상시험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였다.
라비 아난드(Ravi Anand) 뉴론 파마슈티컬스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무작위로 다국가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자다고’가 약효 지속시간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표준치료제에 비해 레보도파/카르비도파 요법을 진행하는 동안 운동기복을 나타내는 파킨슨 환자들에게서 이상운동증을 개선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자다고’는 “이상운동증 개선이 치료 초기단계에서부터 나타났다”며 괄목할만한 효과에 대해 덧붙였다.
사피나마이드는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인 MAO-B(Monoamine oxidase type B)를 저해하여 레보도파의 효과를 증강시킨다.
한편, 뉴론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자다고는 이탈리아 제약사이자 정밀화학 회사인 잠본(Zambon S.p.A.)社가 유럽 등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파터너사인 미국 켄터키주 소재의 US월드메즈(US WorldMeds, LLC)社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샬롯 키우드(Charlotte Keywood) 잠본 R&D 담당 글로벌 책임자는 “자다고는 파킨슨병 환자들과 의사에게 치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약물”이라며 미국 승인의 기쁨을 전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매년 약 5만명의 미국인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고 약 100만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16년 기준 약 10만명 정도로 지난 5년간 연평균 8% 씩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은 완치 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병이다.
현재 국내에는 카이노스메드가 신경세포 사멸 작용에 관여하는 물질인 FAF1의 과다발현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인 ‘KM-819’을 개발 중이다. 2016년 말 식약처로부터이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 1상 계획을 승인받은바 있다.
부광약품은 레보도파 보조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인 ‘JM-010’의 임상시험 2a상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현재 독일에서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