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샌디에이고(미국)=김성민 기자
"과학에 불가능은 없다.(Impossible is not a scientific term)"
19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의 칠판으로 된 기둥벽에는 미국의 작가이자 배우, 그리고 발명가인 바나 본타(VANNA BONTA)의 명언이 쓰여있었다. 솔크 연구소가 가진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열정과 이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었다.
솔크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스 솔크(Jonas Salk)가 1960년에 세운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염색체 말단의 보호막으로 노화와 관련이 깊은 텔로미어를 연구한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대표를 비롯해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솔크연구소로 들어가는 입구. 크리스티나 그리판티니(kristina grifantini) 매니저가 맞이했다. 그는 "조나스 솔크는 언제나 꿈을 향해가는 사람"이라며 "가장 똑똑하고 훌륭한 과학자가 모여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솔크연구소"라고 소개했다.
솔크연구소는 현재 55개의 랩(Lab)과 47개국으로부터 모인 1100명의 과학자가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솔크 연구실의 특징은 모두 독립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동시에 매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연구자든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가 별다른 규제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활발히 연구함으로써 과학적 창의성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솔크연구소의 특징은 재정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펀딩받은 연구비 118만 달러 중 44%가 정부, 37%가 기관, 14%가 투자, 5%가 개인으로부터 나왔다. 크리스티나 매니저는 "사실상 20~25%에 해당하는 비율은 기부금이며 특허에 따른 수익도 있다"며 "솔크연구소라는 거대한 보호아래 연구자들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솔크연구소가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는 뇌질환이다. 솔크연구소측은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원인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치료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솔크 연구자들은 최첨단 분자, 줄기세포, 영상기술을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크연구소 양 옆으로 서 있는 현대식 건물 사이의 큰 길을 따라 걸었다. 그 끝에는 파란색의 연못이, 연못에서 보이는 산 너머로는 샌디에이고의 하얀 백사장과 바다가 보였다. 마치 바닷가에 있는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두 연구원이 건물과 같은 돌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바닷가를 바라보며 연구내용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자벨 구이몬트(Isabelle Guimont) 연구실 관리자는 건물이 '매우 특별하다'고 소개했다. 솔크연구소는 유명 건축가인 루이스 칸(Louis Kahn)이 조나스 솔크에 감명받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지 예술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자벨은 "건물 자체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연구소가 물리적 벽이 없이 다음 연구소로 이어지는 구조로 과학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설계된 것"이라며 "솔크연구소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piece of art)으로 과학자도 어떤 면에서 보면 예술가와 유사한 모습이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솔크연구소에서 생체시계와 대사질환의 관계를 연구하는 한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활동하는 시간(active phase)에 식사시간을 제한할 경우 노화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생체리듬은 모든 생물체가 공통적으로 갖는 현상으로 퇴행성 뇌질환, 대사질환 등 거의 모든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설명.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초파리, 쥐 모델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 1500명이 사용하는 생체주기 앱으로까지 연결되 사람의 행동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솔크 연구소는 연구주제 혹은 연구결과에 대한 대가로 펀딩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제약사는 빠른 시간내에 원하는 실험데이터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협력이 활발하지 않지만 우리는 우수한 연구결과를 치료제 개발로 연결시키 위해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실험실이 연결돼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솔크연구소측 방문전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지적 자유를 촉진하고 호기심을 북돋우며 협동을 촉진하는 노력에 투자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과학분야 간의 협력 외에도 학술 연구와 산업 간 협력은 바이오산업 발전을 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