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뇌에서 보상감(reward)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dopamine)'이 면역시스템에 관여한다? 그것도 B세포가 항체를 생산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면 어떨까.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면역체계에서 갖는 전혀 새로운 역할이 밝혀졌다.
지난 12일 네이처(Nature)에 개재된 'TFH-derived dopamine accelerates productive synapses in germinal centres'라는 제목의 논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외부 감염원을 공격하기 위해 잠들어 있는 B세포를 깨운다'. 림프절(lymph node)과 비장(spleen)을 포함하는 2차 림프기관의 germinal centre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세포표면에 CD4를 발현하는 T세포, 이름하여 'follicular helper T cell(Tfh 세포)'은 B세포를 자극해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plasma cell)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T세포는 TCR(T세포 수용체)에 항원을 올려 놓는다. B세포의 면역분자 MHC는 이를 인지하고, T세포의 지시에 따라 항원에 딱 맞는 항체를 대량 제조하는 생산공장으로 변모한다.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 면역시냅스(immunological synapse)에서 일어나는 T세포-B세포 간의 신호전달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간의 상호작용이 촉진되는 방식'에 대한 자세한 매커니즘은 밝혀져 있지 않았다. Papa 연구팀은 환자의 편도샘플에서 germinal centre의 Tfh세포만 특이적으로 도파민이 있는 것을 관찰했다. 도파민은 세포 운반체인 크로모그레닌(Chromo graninB) 단백질 안에 존재했다. 반면 마우스의 Tfh세포나 다른 종류의 인간 T세포는 도파민이 없었다.
흥미롭게도 Tfh세포가 신호분자인 CD40 리간드(CD40L)의 자극을 통해 'B세포를 형질세포로 전환하는 순간'에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항체생산 돌입을 위해 Tfh 세포와 B세포가 의사소통을 하는 그 시점이다. T세포에서 방출된 도파민은 B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ICOSL이라는 신호분자가 B세포의 막표면으로 이동해 발현된다. ICOSL는 Tfh 세포 표면의 ICOS 분자와 결합하고 항체를 생산하는 신호전달과정은 계속적으로 증폭된다(positive-feedback loop). 도파민을 통해 B세포가 타깃에 대해 항체를 생산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germinal centre의 B세포가 이미 세포 내에 충분한 ICOSL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ICOSL이 CD40L의 자극이 아닌 도파민에 의해서만 빠르게 세포표면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밝혀진 신호전달이 아닌, 도파민이 B세포가 형질세포로 성숙시키는데 직접 관여한다는 의미다.
혈액 내 도파민의 반감기는 1~2분. germinal centre 조직에서는 어쩌면 더 짧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T세포와 B세포 사이의 순간적인 강렬한 신호라는 의미다. 도파민이 언제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이는 앞으로 더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면역시스템이 자기들만의 '인지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