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오늘날 대표적인 개인비서 시리(SIRI)를 비롯해 AI 스피커,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가 생활 속에 침투하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의료진단 영역에도 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환자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도와주는 격이다.
지난 23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코리아바이오플러스에서 AI를 활용해 의료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기업 두 곳이 소개됐다. AI기반 안저 영상 진단서비스를 개발한 중국의 ‘베이징 상공메디칼 테크놀로지(Beijing Shanggong Medical Technology)’와 AI기반 임상 유전체분석 진단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위스의 ‘소피아제네틱스(Sophia Genetics)‘다.
두 회사는 모두 데이터 주도형(data-driven)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영상 또는 유전체 임상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이 신속·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중국, 유럽지역의 300여곳의 의료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빅데이터를 실제 임상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 중국 상공메디칼, AI 기반 안저영상 분석으로 만성·혈관·안과질환 진단
상공메디칼 테크놀로지(Shanggong Medical Technology)는 안저(Fundus)영상을 AI를 통해 분석해 망막병증 관련 당뇨병, 혈관진환, 안구질환의 진단과 치료법 제시를 도와주는 AI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회사다.
망막은 인체에서 in vivo 상태로 미세혈관을 관찰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관찰하는 안저(fundus) 검사를 통해 망막, 망막혈관, 시신경유두, 맥락막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안저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심뇌혈관질환, 뇌졸중, 고혈압 등 대부분의 질환을 진단하고 병의 경중 및 진행 단계를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망막병증은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에서 흔히 관찰되므로 질병 스크리닝 및 진단법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지 신(Ji Xin) 상공메디칼 테크놀로지 대표는 “중국은 망막과 관련된 당뇨병 환자가 1억3000만명, 고혈압 환자는 2억7000만명, 뇌졸중 환자는 82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 그에 비해 환자를 진단할 의료전문가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안저검사를 통한 만성질환 진단에 대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상공메디칼은 의료진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환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토아이(AutoEye)' 플랫폼을 개발했다. 오토아이는 '레티날넷(RetinalNet)' 이라는 딥러닝 모델을 기반해 만든 AI 영상진단 서비스다. 의료기관에서 안저영상 촬영 후 클라우드를 통해 오토아이 플랫폼에 전송하면, 자동으로 정량적인 수치로 분석해 의료소견을 전송해주는 방식이다.
신 대표는 “오토아이를 통해 녹내장, 백내장과 같은 안과질환을 포함해 당뇨병, 당뇨망막병증, 심뇌혈관질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진단 뿐 아니라 스크리닝, 예방, 치료, 만성질환 장기간 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안저 영상을 이용해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토아이의 바탕이 되는 레티날넷(RetinalNet) 딥러닝 모델은 인간의 뇌가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을 모사한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방법을 기반으로 카페(CAFFE)라는 딥러닝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사용했다.
신 대표는 “레티날넷은 다른 질병에 대한 다양한 병변을 심층적으로 학습 할 수 있다”며 “학습을 마친 레티날넷의 정확도는 92.5%로 기존의 딥러닝 모델인 AlexNet, GogleNet, VGG, CaffeNet과 비교해 매우 우수하다”며 높은 식별도와 정확도를 자랑했다.
그는 정확도가 높은 레티날넷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먼저 100만 장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중국 내 의료기관 300여 곳에서 촬영한 임상 영상데이터 12만개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환경에서도 모델이 적응되도록 했으며 적용 중에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일반적으로 영상데이터는 촬영장비, 기사, 방법 등 외부환경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영상 분석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딥러닝 기술의 성능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AI기반 안구검사 진단 플랫폼 오토아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300여 곳의 의료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며 12만개의 임상 안저영상을 확보했다. 매달 새 이미지 6만개 이상 분석도 하고 있다. 2018년까지는 1000여 곳의 의료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 대표는 상공메디칼의 향후 계획 및 기술 응용성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상공메디칼은 인텔(Intel)과 협력해 AI기반 범용 영상분석 플랫폼 표준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질환 예방을 위해 안저검사 스크리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당뇨병 환자 10만 명에서 스크리닝을 완료했고, 향후 만 명이상 환자에게 무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1, 2, 3차 병원에서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단계별 진료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AI기반 진단기술을 이용하면 제약회사 홍보, 마켓팅에 도움이 되며, 약효평가, 투여량에 대한 값을 수치화 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 신약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AI 플랫폼 활용성에 대해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정부는 이미 AI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CFDA에서는 AI 상품의 활용성과 등록 절차에 대한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며 “다만 AI를 통한 판독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단계지 의사진단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소피아제네틱스, AI 민주화 이끌 데이터·지식 공유 플랫폼
스위스에 위치한 소피아제네틱스(Sophia Genetics)는 AI 기반 유전체분석 전문회사다. 의료기관의 임상데이터와 유전자 변형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탐지해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데 돕고 있다.
Esteban Czwan 소피아제네틱스 부사장은 “임상유전학 분야에도 AI를 활용해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AI 민주화란 유전적인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임상의가 환자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를 활용해 유전자분석으로 이뤄지는 혜택을 모든 환자가 균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유전자 분석장비의 발전과 분석비용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게놈 데이터는 넘치는 상황이다. Czwan 부사장은 “이제는 데이터 생산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이 문제다. NGS 기술도입 후 빅테이터가 생성되면서 그 결과를 임상적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현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빅데이터 단계에 진입한 임상유전학 분야는 데이터의 분석과 보안이 새로운 과제라는 설명이다.
Czwan 부사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피아제네틱스는 ‘SOPHiA DDM'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SOPHiA DDM은 의료기관들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통합하고 의료진의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어 데이터 해석을 도와주는 AI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AI을 활용한 빠른 분석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 및 치료법 제시 등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도와주는 셈이다. 주로 종양학, 대사질환, 소아과, 심장질환, 유전질환 등에서 활용된다.
그는 “SOPHiA DDM를 활용해 유전성유방암 유전자 분석 정확도가 98%였다”며 "환자 데이터가 많을수록 분석 정확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53개국 340개 병원의 진검과, 병리과, 종약학과 등에서 소파아제네틱스가 자체 개발한 유전체 해석 솔루션을 도입해 매월 평균 약 9000개의 생식세포, 체세포 샘플을 분석하고 있다. 2014년부터 3년간 11만 7000명 환자가 SOPHiA DDM를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Czwan 부사장은 “소피아는 데이터와 전문가의 지식을 공유하고 의료진의 진단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단순히 유전자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이상이다. 향후 종양 유형, 단계, 치료방법, 그에 따른 성공여부 등의 정보가 축적되면 새로운 보건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