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지금까지, 외상이나 질환으로 인해 손상받은 말초신경세포의 조각들을 제거하고 재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청소부' 역할은 대식세포(marcrophage)가 수행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미국 연구진의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 의과대학(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of medicine)의 리처드 지그몬드(Richard Zigmond) 신경과 교수와 연구진은 손상된 말초신경세포 조각을 제거하는 면역세포는 대식세포가 아니라 호중구(neutrophil)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신경장애에서의 호중구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흥미로운 발견으로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말초신경이 손상 또는 절단되면 신경세포와 연락을 잃은 말초쪽 신경섬유에 월러변성(Wallerian degeneration)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말초 부분의 신경섬유초가 비대와 변형을 시작으로 붕괴 및 소실이 발생하는 이 현상은 신경세포의 재생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월러변성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된 세포의 조각들은 CCR2 수용체 양성의 대식세포에 의해서 제거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지그몬드 교수의 연구진이 CCR2수용체를 제거한 대식세포를 가진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서 실험을 수행한 결과, 정상 쥐와 비교했을 때 신경세포 조각 제거기능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제인 린드보그(Jane Ridborg) 박사는 "우리는 해당 수용체가 없는 마우스모델에서 세포조각 제거가 드라마틱하게 억제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식세포가 존재하지 않을 때, 세포조각을 제거하는 면역세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잠재적인 세포 후보들을 선정하고 각 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분자 마커들을 이용해 손상 이후 신경조각을 처리하는 세포를 규명하고자 했다.
이들은 궁둥신경(Sciatic nerve)를 손상받은 쥐에서 정상 쥐와 비교했을 때 Cxcl1과 Cxcl2가 더 많이 발현하는 것을 관찰했다. Cxcl1과 Cxcl2는 호중구의 화학유인물질로 작용하는 케모카인이다. 또한 호중구가 세포 조각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중구를 제거한 결과, 세포 조각 제거 능력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린드버그 박사는 "우리는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호중구를 억제한 쥐가 정상 또는 대식세포를 억제한 모델과 비교해서 세포 조각 처리 능력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호중구가 세포조각을 청소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근거"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퇴행성 신경질환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적 타깃의 발견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지그몬드 교수는 "손상된 세포 조각을 처리하는 것은 효과적인 신경재생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이번 결과를 통해, 우리는 신경손상을 받은 환자의 어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 재생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호중구가 다른 세포들과 협력해 신경 재생을 완수하는 기전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실험을 계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