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많은 바이오제약기업들은 최근 불거진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논란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회계기준(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의적으로 비용이나 무형자산으로 처리 가능한 현재의 회계기준하에서는 이번 특별감리와 같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신약 개발과 같은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바이오 및 제약기업 26곳을 대상으로 R&D비용 회계처리방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설문참여 기업 10곳 중 8곳(84%)은 R&D 비용/자산화 처리에 대한 회계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연구개발분야별 회계기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78%가, 특히 바이오신약 분야에서는 90.9%가 찬성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기업들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해 R&D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온 국내 일부 바이오·제약기업의 관행을 문제 삼아 특별감리에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R&D자산화비율은 각기 달랐다. 자산화 비율 0%가 36.4%로 가장 높았고 30% 미만이 27.3%, 31~50%가 22.7%, 51~100%가 13.6% 순으로 나타났다. R&D 단계별 비용자산화 적용기준에 대한 응답 역시 다양하게 나타났다. 임상1상 개시와 임상3상 개시가 각각 21.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임상 2상 개시 17.4%, 임상 2상 완료 8.7%, 품목허가 완료 후 8.7%, 임상3상 완료 4.3%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바이오기업 R&D 회계 처리 조사에 우려를 나타냈다. A기업은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완전한 자본잠식 우려와 손익구조 악화로 정부과제 수주 및 투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해 창업생태계 위축도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B기업은 “일률적인 회계기준 적용보다는 개별기업의 실적과 역량을 판단해 회계 처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C기업은 "회계감리를 사후 적발보다는 기업과 감사인이 예방중심으로 회계처리방식을 지도해나가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 단계만 들어가면 굉장히 다양한 변수와 차별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 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 이제 막 산업 개화를 시작한 시점”이라며 “산업 안착을 위한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는 일률적인 기준 보다는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