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바이로메드가 미국 현지 DNA 생산시설을 전격 인수했다. 유전자치료제 상업생산을 위해 안정적인 DNA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전세계 500개 이상의 유전자치료제 개발 임상이 진행되면서 생산이슈가 부각되고 있는데 바이로메드는 자체 생산시설 확보를 통해 이를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도 열었다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로메드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DNA 생산시설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 방식은 바이로메드와 사모펀드 운용사가 함께 합작법인을 세우고 현지 회사의 자산을 매입하는 형태이며 구체적인 계약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최근 연이은 임상 실패로 자산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DNA 생산시설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에는 500리터 규모의 생산 탱크가 있는데 임상 3상을 포함해 여러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DNA를 만드는데 사용됐다. 이는 바이로메드가 그간 활용했던 유럽의 위탁생산업자(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들이 사용했던 규모보다 크다. 뿐만 아니라 상업용 생산을 위해 확장 계획까지 세웠던 곳이어서 하드웨어 인프라는 물론 소프트 자산과 충분한 공간까지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세포배양실을 비롯해 QC 실험실도 있어서 첨단 바이오의약 연구와 제조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
유전자치료제 VM202의 임상 3상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생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시판허가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자료인데다 기술이전 혹은 판매권 이전에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랬다.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플라스미드 DNA는 상용화 된 적이 없어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의약품위탁개발업체(CMO)들이 극소수다. 문제는 이 회사들이 거의 일방적으로 생산 스케줄과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 그간 임상개발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인수를 통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전자치료제 원료 생산권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연제약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바이로메드는 올해 하반기에 시범 운전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GMP 생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설이 향후 유전자치료제 CMO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선영 대표는 “생산시설 인수로 그간 가장 큰 변수던 생산문제가 해결돼 매우 기쁘다. 바이로메드는 R&D는 물론 생산시설과 QA/QC 능력을 갖추게 돼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을 커버할 수 있는 바이오제약 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전자치료제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턱없이 부족한 생산시설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나온 'Viral Vectors and Plasmid DNA Manufacturing Market, 2018-2030' 보고서는 바이러스 의약품 및 플라스미드 DNA의 제조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 생산 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11개의 유전자 변형 치료법이 지금까지 승인됐고 현재 430 개 이상의 유전자 치료제 후보가 임상 개발 단계에 있으며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500 개가 넘는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라면서 "점점 더 많은 유전자 치료제 후보자들이 임상 개발의 다양한 단계를 거치면서 벡터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노바티스에 인수된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 아벡시스(AveXis)는 최근 새로운 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55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하는 등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