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최근 대전의 신약개발 벤처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가 시리즈A 투자로 183억원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연구개발 초기단계임에도 83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데다 시장의 유동성이 넘치면서 국내 초기 바이오기업의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초기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투자유치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ilicon Valley Bank)가 최근 내놓은 상반기 헬스케어 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기업의 올해 상반기 시리즈A 투자 유치액은 26억 3200만 달러(약 3조원)로 집계됐다.
한해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간 시리즈A 투자액인 22억 59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간 투자 총액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llogena, Harmony, Viela, Cellularity 등의 기업은 각각 2억 500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이 집중하는 분야를 살펴보면 항암제가 19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플랫폼 기술(17곳), 희귀질환(17곳), 신경계 질환(6곳), 감염질환(3곳)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투자액을 모두 모아봐도 항암제가 23억 62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플랫폼(13억 9500만 달러), 희귀질환(9억 8700만 달러), 신경계(6억 5000만 달러) 순이었다. Alexandria, OrbiMed, GV, NOVO, 존슨앤존스, 노바티스 등이 주요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블록버스터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R&D 파이프라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지면서 초기 투자 활성화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빅파마들이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반기 진단(DX/Tools) 분야의 시리즈A 투자액은 2억 2400만 달러로 전년(2017년 전체 5억 4800만 달러)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Tool 기업이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진단 테스트 기업이 7곳, 진단 분석 기업이 4곳 등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그레일(Grail)과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 등과 같이 대규토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많았지만 올해 상반기는 잠잠한 편이었다.
올해는 바이오파마의 기업공개가 크게 늘어난 반면 M&A는 크게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상반기 기업공개는 30곳으로 작년 한해 수준(31곳)인 반면 M&A는 5곳(작년 14곳에)에 그쳤다. 반면 기업의 가치(밸류)는 크게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