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중국에서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로 태어난 세계 최초의 아이 중 한명이 CCR5 유전자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큰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착상 이전에 이를 알고도 진행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기술로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 저항성을 가지는 쌍둥이 여아 출산에 성공했다고 밝혀 윤리적, 도적적, 과학적 논란이 제기됐다.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He Jiankui) 교수는 지난 28일 홍콩에서 개최된 제2차 인간유전체교정 국제회의에서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에 의해 출생한 아이에 대한 연구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허젠쿠이 교수는 과학적으로 연구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윤리적, 도덕적 측면의 질문에도 대답을 회피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허젠쿠이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이 제작한 총 30개의 수정란 가운데 19개가 이식 가능한 상태의 수정란이었다. 산모에게는 CCR5 유전자를 편집한 4개의 수정란 가운데 2개를 이식했지만, 이식하기 전 이미 하나의 수정란은 CCR5 유전자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젠쿠이 교수는 “수정란 상태에 대해 (부부에게) 설명을 했지만, 부부가 이식을 원했기 때문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착상을 위해 이식된 2개의 수정란 가운데 하나의 수정란은 CCR5 유전자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는데도 이식한 사실은 과학적으로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허젠쿠이 교수가 이번에 태어난 아이 이외에 다른 부부에서도 유전자 편집된 아이의 임신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학회장은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HIV 감염을 막는 다른 방법도 있는 상황에서, CCR5 유전자를 타깃한 이유’와 ‘HIV 수직감염은 모체가 보균자일 때 더 위험한데, 이번 실험에서는 모두 남성이 보균자이고 여성은 비보균자인 이유’ 등 많은 질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허젠쿠이 교수는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납득가능한 답변을 하지못하거나 대답을 회피했다.
이번 허젠쿠이 교수의 발표와 질의응답을 주관한 스탠포드대 메튜 포터스(Methew Porteus) 교수는 “사람과 원숭이에서 진행한 모든 실험 결과를 bioRxiv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해 여러 과학자들이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학회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이번 허젠쿠이 교수의 실험이 과학적, 윤리적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중국 과학기술부는 허젠쿠이 교수의 모든 관련 연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쉬난핑(Xu Nanping) 과학기술부 부부장은 “중국도 연구 목적으로만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을 허용하기 때문에 허젠쿠이 교수가 한 연구는 불법이고 용납될 수 없다”며 “독립적으로 남방과기대와 허젠쿠이 교수가 있던 미국 라이스대학(Rice University)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