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한국 바이오산업의 새길을 찾기 위해 힘차게 달려온 2018년 무술년(戊戌年) 한해가 막을 내린다.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의 벤처투자, IPO 성과와 함께 연구개발비 회계 논란 등의 부정적 사건이 공존한 한해였다. 하지만 대규모 기술수출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한 해이기도 했다.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에도 한국 바이오산업은 또다시 전진할 것이다.
◇2018년 벤처투자·IPO 역대 최고 수준
올해는 바이오산업 특히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집중된 한해였다. 작년 하반기 추경을 통한 결성된 1조원 이상의 모태펀드가 올해 본격 투자되기 시작했고 대규모 코스닥벤처펀드 등도 조성돼 코스닥 바이오기업 투자 붐을 일으켰다. 이에 힘입어 제넥신(2500억원), 바이로메드(1000억원), 크리스탈지노믹스(800억원), 에이비엘바이오(700억원), 레고켐바이오(600억원) 등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올해 11월까지 바이오/의료분야 투자는 7572억원으로 이는 역사상 최고 투자액이었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 3788억원은 물론 이전 역대 최고였던 4686억원(2016년)을 가뿐히 넘어섰다. 전체 업종 가운데 바이오/의료분야 투자 비중 역시 24.3%로 이전 최고였던 2016년(21.8%)을 갱신했다.
이러다보니 신규 창업과 시리즈A 투자도 어느해보다 활발했다. 많은 연구자와 기업가들이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고 시리즈A, B 단계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바이오투자 붐이 일면서 다양한 비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를 통해 산업에 진출한 것도 특징이다. 알파홀딩스, 동양네트웍스, 필룩스, 두올산업, 에스에프씨, 인콘, 에이아이비트 등 많은 기업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바이오기업의 코스닥 상장 릴레이도 이어졌다. 2월 아시아종묘를 시작으로 이달 26일 비피도까지 총 16곳의 바이오기업이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10개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던 2015년을 넘어섰다. 성장성 특례제도를 이용한 셀리버리, 일반 상장절차를 밟은 알리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까지 포함하면 상장기업 수는 크게 늘어난다. 다이노나, 엔케이맥스, 엔솔바이오사이언스, 프로테옴텍, 지놈앤컴퍼니 등은 코넥스에 상장하기도 했다.
◇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 회계논란..코스닥 부진
역대 최고의 바이오투자에도 불구하고 바이오기업들이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특히 셀트리온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에 대한 도이치뱅크의 문제제기, 차바이오텍의 감사의견 한정으로 촉발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논란은 전 바이오산업계로 확산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바이오기업 10여곳에 대한 테마감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바이오시밀러는 1상 개시 승인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바이오기업은 무형자산화 비중을 크게 낮춰 회계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영업적자 전환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도 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에 대해 고의성 있는 중대한 회계 위반으로 결론 내리고 검찰고발과 행정처분을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은 크게 반발해 가처분신청 등 소송으로 맞섰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거래가 한달가량 중단됐다 재개되기도 했다.
대내외 변수로 코스닥 바이오주의 주가흐름도 대체로 부진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속한 의료·정밀 분야는 연초대비 29.5% 하락했다. 코스닥 전체 하락률은 15%였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절반가량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IPO기업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았다.
◇기술수출 역대 최고..2019년 바이오산업 전진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국내 바이오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은 올해 총 50억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JW중외제약(레오파마, 4억200만달러), 유한양행(얀센·스파인바이오파마 14억7315만달러), 인트론바이오(로이반트사이언스, 6억6750만달러), 코오롱생명과학(먼디파마, 5억9160만달러), 에이비엘바이오(트리거테라퓨틱스, 11억4500만달러) 등은 대형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2012년 기술수출한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Rolontis)'의 결실을 맛볼 날이 머지않았다. 한미약품 파트너사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완료했다. 약 1년 뒤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시밀러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은 유럽 시장을 석권한 가운데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올 연말 허셉틴,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2종(허쥬마, 트룩시마)의 허가를 받아 론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바이오텍이 초기부터 미국 임상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돕는 적극적인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지내고 2019년 한국 바이오산업은 또다시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