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의 미래와 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를 보여주는 두가지 단적인 사건이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 발표와 이에 앞선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법의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다. 제네릭(복제약)은 억제하고 신약개발은 돕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내용은 제네릭 의약품의 관리수준을 강화해 약가를 인하함과 동시에 제네릭의 신규 진입(난립)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제네릭의약품은 일률적으로 오리지널의약품의 53.55%의 약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올해 하반기 예정) 53.55%를 받으려면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와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DMF) 충족이라는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개수에 따라 15%씩 약가가 인하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20개의 제네릭까지만 적용된다. 21번째 제네릭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제네릭 후발주자의 경우 오리지널의약품의 30% 수준, 최고가 제네릭의 60% 수준의 약가만 보장받는 사례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이번 약가인하 제도는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기존 제네릭에도 소급적용된다. 결국 제네릭은 추가 약가 인하가 불가피해 신약 파이프라인이 없는 제네릭 중심의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안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반복적인 약가 인하로 산업 현장의 성장 의욕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제 제약산업을 규제대상으로만 보지말고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법, 복지위 법안소위 통과..신약개발 패스트트랙 도입
이에 반해 신약개발을 앞당기는 법안은 국회 통과를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앞선 25일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전격 통과한 것이다. 19대 국회가 들어선 2016년부터 관련 법안이 지속 발의됐지만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사안이었다.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이 법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신약개발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및 조건부 허가 제도를 통해 신약 허가 일정을 최대 4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등은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허가도 가능해진다. 다만 2상에서 치료효과를 증명해야 하며 시판 후 3상도 이행하는 조건이다. 당초 법안에 포함됐던 만성·재발성 질환과 비가역성 질환 등은 조건부 허가 대상에서 빠졌다.
또한 법안은 첨단재생의료의 범위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으로 명시했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융복합제제 등으로 정의내렸다. 업계에서는 모호하던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의 정의를 명확히 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성장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성명을 통해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은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 위주의 약사법 규제에서 벗어나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안전관리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든든한 울타리"라면서 "하루 속히 첨단 바이오법이 제정돼 우리 기업들이 혁신 바이오기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양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