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화이자(Pfizer)는 6세 이상 겸상적혈구병(SCD) 환자에게 ‘리비판셀(rivipansel, 프로그램명: GMI-1070)’을 적용해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RESET 임상3상(NCT02187003)에서 1·2차 종결점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번 임상 실패 소식으로 2011년 화이자에 3억 4000만달러 규모로 리비판셀을 기술이전한 글라이코미메틱스(GlycoMimetics)의 주가는 42% 하락하기도 했다.
겸상적혈구병은 미국에서 가장 빈번한 유전성 혈액질환으로 약 10만명의 환자가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전 세계에는 약 5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낫 모양의 겸상적혈구가 혈관 안쪽을 자극하고 염증반응을 일으켜 허혈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혈관폐색 위기(Vaso-Occlusive Crisis, VOC)나, 급성 통증이 겸상적혈구병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글라이코미메틱스는 겸상적혈구병으로 인한 혈관폐색 위기를 치료하기 위해 리비판셀을 개발했다. 리비판셀은 Pan-Selectin 길항제로, 염증과정에 관여하는 Selectin family 중 E-Selectin, P-Selectin, L-Selectin에 결합해 이들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화이자는 2011년 글라이코미메틱스로부터 리비판셀을 개발 및 상용화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계약에 따라 화이자는 계약금, 개발·허가·상용화 마일스톤으로 약 3억 4000만달러를 글라이코미메틱스에 전달하기로 하고, 글라이코미메틱스가 임상2상을 마치는대로 임상3상을 수행하기로 했다.
화이자는 2015년 혈관폐색 위기로 병원에 입원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정맥투여를 필요로 하는 6세 이상의 겸상적혈구병 환자를 대상으로 RESET 임상3상을 개시했다. 임상의 1차 종결점으로 첫 투약 이후 퇴원준비가 될 때까지의 기간(readiness-for-discharge)을 평가하고, 2차 효능 종결점으로 퇴원준비가 될 때까지의 기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누적 투여량, 오피오이드 투약 중단까지의 기간을 확인했다. 그러나 총 345명 환자에게 리비판셀 또는 위약을 12시간 간격으로 최대 15회 투여한 결과, 화이자는 임상의 1·2차 종결점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에 Brenda Cooperstone 화이자 글로벌 제품개발부 희귀질환 분야 최고개발담당자(CDO)는 “리비판셀이 급성 혈관폐색 위기에 대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겸상적혈구병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협의해왔으나 이러한 결과가 나와 실망스럽다”며 “혈관폐색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겸상적혈구병 환자의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임상에서 얻은 교훈을 추후 과학적 미팅에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바티스는 지난달 16일 SUSTAIN 임상2상(NCT01895361) 결과에 기반해 겸상적혈구병 치료제 후보물질 ‘크리잔리주맙(crizanlizumab, 프로그램명: SEG101)’의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신청(BLA)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임상2상에서 크리잔리주맙 5mg/kg은 증상 완화를 위한 하이드록시우레아(hydroxyurea) 치료 유무와 상관없이 위약 대비 입원이 필요한 혈관폐색 위기 연간 발생률(중간값)을 45.3% 감소시켰다.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크리잔리주맙은 약 6개월의 심사기간을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FDA가 크리잔리주맙을 겸상적혈구병 치료제로 승인하면, 크리잔리주맙은 P-Selectin 타깃 첫 번째 단일클론항체가 된다. 노바티스는 크리잔리주맙이 미국에서 연간 11억달러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