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20세기 생화학, 분자생물학 분야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생화학자 캐리 뱅크스 멀리스(Kary Banks Mullis)가 지난 7일(현지시간) 74세의 나이에 페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캐리 멀리스는 1980년대 중합효소연쇄반응(poly chain reaction, PCR)을 이용한 DNA 증폭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PCR을 통한 DNA 증폭기술은 유전자 검사, 감염질환 진단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PCR을 사용하지 않는 연구실, 병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생화학,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 서열을 밝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도 PCR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194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르누와에서 태어난 캐리 멀리스는 애틀랜타의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이후, 1973년 UC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바이오텍 시터스(Cetus)에 1979년 입사한 캐리 멀리스는 시터스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1983년 현재 사용하는 방식의 PCR을 고안해냈다. 하지만 그의 논문을 채택해준 학술지는 없었다. 그의 논문은 “Specific synthesis of DNA in vitro via a polymerase-catalyzed chain reaction”라는 제목으로 'Methods in Enzymology'에 1987년에야 게재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doi: 10.1016/0076-6879(87)55023-6).
캐리 멀리스는 PCR 개발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DNA 돌연변이 유발법을 개발한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와 공동으로 199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과학이론에 관한 업적이 아닌 기술개발 업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은 최초였다.
캐리 멀리스는 괴짜 과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4년 'California Monthly'와 인터뷰에서 UC 버클리 재학 당시에 국제학술지 'Nature'에 천체물리학 분야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실험실에서 환각제 LSD를 합성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보석을 판매하는 회사를 차리기도 했는데, 앨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같은 사망한 유명인의 DNA를 증폭시켜 보석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