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로슈(Roche)의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치료제 ‘오크레부스(Ocrevus, 성분명: ocrelizumab)’에 대한 추가 결과가 공개됐다. 로슈는 오크레부스를 투여받은 재발성 다발성경화증(relapsing MS, RMS), 일차진행성 다발성경화증(primary progressive MS, PPMS) 환자의 신경미세섬유 경쇄(neurofilament light chain, NfL) 수치가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오크레부스는 현재 로슈가 판매하는 치료제 중 5번째로 많이 팔린 치료제다. 오크레부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17억3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로슈의 2019년 상반기 전체 매출 비중 가운데 7.2%를 차지했다. 오크레부스는 지난 2017년 3월 출시 이후 줄곧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발표는 재발성 다발성경화증 환자 대상 임상3상(OPERA I), 일차진행성 다발성경화증 환자 대상 임상3상(ORATORIO), 신경미세섬유 경쇄와 MRI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임상3상(OBOE) 결과를 종합했다.
OPERA I 연구에서 96주간 오크레부스를 투여한 재발성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혈청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는 기준점보다 43% 감소했다. 기존 치료제인 인터페론-베타1a(interferon-beta 1a) 억제제를 투여한 비교그룹의 혈청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는 기준점보다 31% 줄었다.
96주간 오크레부스를 투여한 ORATORIO 연구에서 일차진행성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혈청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는 기준점보다 16% 낮아졌다. 반면에 위약그룹의 혈청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는 기준점보다 0.2% 감소에 그쳤다.
로슈는 가돌리늄(gadolinium) 조영제를 이용해 T1 강조영상으로 MRI를 촬영한 OBOE 연구에서, T1 병변이 확인된 재발성 다발성경화증 환자, 일차진행성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뇌척수액에 있는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
로슈가 이번에 발표한 연구들의 자세한 내용은 스톡홀름에서 열릴 2019 유럽 다발성경화증 치료연구학회(European Committee for Treatment and Research in Multiple Sclerosis, ECTRIMS 2019)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신경세포의 탈수초화(demyelination)가 생겨나는 질환이다. 탈수초화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상감각증상, 운동장애 등이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230만명의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수초화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자가면역반응이 탈수초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자가면역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 재발빈도를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치료목표로 하고 있다.
오크레부스는 B세포의 CD20에 결합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다. B세포의 성숙과정에 관여하는 CD20은 줄기세포나 형질세포에는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CD20은 B세포의 과도한 면역반응을 막을 수 있는 표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경미세섬유 경쇄는 신경세포의 축삭에 있는 세포골격이다. 일반적으로 죽거나 손상된 세포의 단백질은 분해되지만, 신경미세섬유 경쇄는 다르다. 질병으로 신경세포가 죽게 되면 신경미세섬유 경쇄가 세포 외로 나오는데,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액이나 뇌척수액의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는 건강한 사람과 다르게 높은 농도가 유지된다.
수초는 신경세포의 축삭에 있는 구조다. 축삭에 손상을 유발하는 탈수초화 관련 질환의 바이오마커로 혈액이나 뇌척수액의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를 검사한다.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가 높아질수록 다수의 신경세포가 손상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다발성경화증 외에도 근위성축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헌팅턴병, 알츠하이머병 등에도 신경미세섬유 경쇄 수치를 신경세포 손상의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