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기존 결핵(Tuberculosis, TB) 예방 백신의 효능을 높일 방법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새로 개발된 예방 백신이 아닌, 기존 백신의 투여 방식을 바꾼 결과라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1일 게재됐다.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해 발병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폐 외에 체내 다른 조직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결핵에 감염된 환자의 기침, 재채기로 결핵균이 공기 중에 퍼져 전파되며, 주로 폐를 통해 감염이 시작된다. 결핵 증상은 3주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기침, 체중 감소, 식욕 감소, 객혈, 피로, 발열, 식은땀 등으로 나타난다. 2018년 결핵을 앓고있는 환자는 전세계 1000만명에 달했으며, 이 중 약 15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결핵환자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1.5명(2018년 질병관리본부 조사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유일한 예방백신인 ‘BCG(bacilli Calmette-Guerin)’는 약 100년동안 표준치료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BCG는 결핵을 일으키는 결핵균과 유사한 박테리아를 약화시킨 유형이다. 유아에게서 특정 형태의 폐결핵을 예방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나, 청소년기 이후 성인 대상에게는 예방 효과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과 피츠버그 대학 연구진은 BCG 예방백신의 효능을 높일 방법으로 투여 방식에 변화를 줬다. 연구진은 원숭이 동물모델의 근육조직이나 피부에 백신을 주입하는 기존 방식 대신 혈관에 직접 BCG 백신을 주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먼저 BCG를 정맥주사(IV injection)한 이후, 6개월 차에 원숭이 모델의 폐에 직접 결핵을 감염시켰다. 그 결과,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은 수 개월이내 심각한 결핵을 앓았고, 백신을 피부나 폐 조직으로 주입한 비교군에서는 약한 예방 효과를 보였지만 결핵 증상이 관찰됐다. 반면, 백신을 정맥으로 주입한 실험군 10마리 중 9마리에게서는 결핵균에 대한 반응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PET-CT를 촬영한 결과에서 9마리 중 6마리는 결핵균 감염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으며, 3마리에게서는 매우 낮은 수준의 결핵균이 폐에서 관찰됐다.
이는 더 많은 CD4, CD8 T세포가 혈액, 비장, 폐 림프절 등에서 항원에 반응한 결과로 분석됐다. 정맥을 통해 야기된 면역반응이 항원에 반응을 보이는 T세포의 활성을 더 높은 빈도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T세포는 폐를 가득채워 결핵균을 죽이고, 혈류를 통해 백신을 빠르게 운반시켰다. 이번 결과로 연구진은 BCG를 정맥주사하는 경우 결핵을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T세포가 결핵균에 효과적임을 제시한 결과로 새로운 결핵 치료백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BCG을 정맥주사 하는 방식에 대한 안전성도 동물모델을 통해 확인했다.